KTF와 LG텔레콤이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합병인가 조건 이행여부를 또 다시 문제삼고 나섰다. SK텔레콤이 합병인가이후 각종 불법행위로 인해 수차례 규제당국으로부터 제재조치를 받은 게 단적인 합병 인가조건 위반사례라며, 사업정지나 시장점유율 제한조치를 단행해야 한다는 거듭된 주장이다.
KTF(대표 남중수)와 LG텔레콤(대표 남용)은 24일 SK텔레콤이 막대한 자금력과 시장지배력을 내세워 단말기 보조금 지급, 과다 리베이트, 경쟁사 비방광고 등 불공정행위를 계속 저지르고 있다며, 합병인가조건에 명시된 일정기간 사업정지 및 시장점유율 제한 등의 추가 규제조치를 정보통신부에 건의했다.
SK텔레콤은 단말기 보조금 지급금지 위반건으로 지금까지 영업정지를 포함해 5차례에 걸쳐 시정조치와 427억여원의 과징금을 물었었다.
양사는 이번 정책 건의를 통해 “번호이동성 시차제에도 불구하고 시장 쏠림 현상이 완화되지 않는다”라면서, 지난 2년간 합병인가조건 제3항을 수차례 위반한 사례를 들어 9개월 사업정지 등 엄정한 시정조치를 촉구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규칙 제11조 1항에 따르면 사업자 허가 또는 등록시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허가취소나 사업정지 9개월을 내릴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양사는 또 후발사업자가 실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을 50%미만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후발사업자들이 자사의 경영책임을 걸핏하면 정책당국에 호소하는 식으로 해결하려는 ‘건의문 마케팅’에 의존한다며 이런 주장을 일축했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사업자들의 경쟁이 결국 고객과 서비스를 대상으로 한 선의의 경쟁이라면 얼마든지 환영한다”면서 “그러나 요즘에는 규제당국에만 매달리는 기형적인 정책건의가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의 합병인가조건 이행여부를 둘러싼 KTF·LG텔레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정책당국인 정통부 또한 해묵은 주장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정통부 관계자는 “설사 합병인가 취소 등 법적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지금에 와서 원점(합병인가취소)으로 되돌릴 수 있겠느냐”며 “후발사업자들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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