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은행은 최근 들어 중국에 콜센터를 구축, 이전할 것을 구체적으로 검토중이다. 정보통신 기업인 B기업은 중국으로 상담센터만 옮기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대기업인 C기업과 홈쇼핑업체인 D기업은 이참에 아예 중국에 콜센터를 설립할 것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바야흐로 서비스산업의 대명사인 콜센터의 글로벌화가 국내에서도 진행될 전망이다.
델컴퓨터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콜센터의 글로벌화에 앞장,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지역으로 옮기거나 옮기는 프로젝트를 추진한 데 이어 국내에서도 콜센터의 해외 이전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C은행 관계자는 “이미 검토한지 꽤 됐다”며 “현재는 해외 이전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대세”라고 단언했다. B기업 관계자도 “중국의 칭다오·다롄·옌지를 대상지로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국내 지방도시도 콜센터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데 굳이 해외로 이전하려 하느냐는 외부 시선과,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노조의 반대 등 내부 문제가 있어 조심스러울 뿐”이라고 상황을 언급했다.
◇배경=그렇다면 왜 그럴까. 무엇보다 정보기술의 발전이다. 일단, 인터넷망의 발달과 보안기술의 발전으로 굳이 기계적인 업무 중심인 콜센터의 경우 어디에 위치하든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IP콘택트센터의 등장으로 모든 시설은 국내에 놓고, 단지 스위치와 라우터·컴퓨터만 물려놓은 상담센터만 해외서 운영하면 된다. 따라서 모든 업무를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에서 처리하고 처리한 상황은 모두 국내 백업센터에 저장된다.
콜센터 운영의 고비용 구조도 주요한 요인이다. 금융·통신·홈쇼핑기업의 경우 보통 200∼1000석 정도의 규모를 감안하면 인력의 운용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물론 비정규직이기는 하지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으로 콜센터를 옮길 경우 국내 운용비용의 30% 가량이면 충분하다.
비용과 연관된 것이기는 하지만 인력 구조조정도 한 요인이다. 보통 콜센터에 투입하는 상담인력이 200∼300명, 많게는 몇 천명이라고 볼 때 해외 이전시 이들 인력에 대한 부담을 떨칠 수 있다.
◇어떤 업체들이 고려하나=이미 금융권의 대표적인 기업인 A은행을 비롯해 B은행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통신업계의 C기업·D기업도 마찬가지이며, 대기업중 E기업도 이미 내부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야간업무에만 해도 200∼300명 가량의 인원을 동원해야 하는 홈쇼핑 업체의 경우 심각하게 고려하고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제조분야의 대기업인 F기업도 중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다. 때문에 업계는 공공 및 교육기관을 제외한 모든 부문의 기업이 해외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실행에 옮길지는 미지수지만 내부 검토작업만으로도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A기업 관계자는 “우리가 검토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다른 금융권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걸림돌은 없나=현재로선 기술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이를 추진하는 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초기에는 상담센터만 옮겨가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몇몇 대기업의 경우 최근에는 아예 콜센터 전체를 중국에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내부 노조의 반발 등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 광주·대전·청주 등 국내 지방도시의 유치 움직임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지방 대도시들은 현재 아무런 공해 같은 문제를 발생하지 않고도 1000∼2000명 가량의 고용효과가 있는 콜센터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전망=금융·통신·홈쇼핑(유통)·대기업 등 대규모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군이 나선 이상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더는 고비용 구조의 콜센터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현실론 이외에도 내부 구조조정이라는 또 다른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대세론이 지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섬유·의류·제조 등의 생산라인에 이어 정보통신의 서비스 부문도 중국과 동남아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