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세대교체 바람에 휩싸였다. 정치권과 재계를 망라해 새로운 세대들로 물갈이가 한창이다.
언제까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정치권까지 달라지자 사람들은 이를 더욱 실감한다.
보수우익을 대변하는 한나라당의 새 대표로 박근혜 의원이 선출되면서 청와대와 여당, 제1야당의 수뇌가 모두 50대로 채워졌다.
재계는 일찍부터 세대 교체가 이뤄졌다. 재벌의 경우 2세 경영에서 3세 경영으로 넘어가면서 주요 경영자를 40대들이 차지했다. 최근 SK텔레콤은 20대 여성을 임원에 발탁해 화제를 모았다.
세대란 무엇인가. 사회학적으론 ‘비슷한 체험을 나눈 일정한 연령층’을 뜻한다. 10대, 50대 이런 식으로 세대 앞에 숫자를 붙인다.
같은 세대라도 의식이나 행동이 같은 것만은 아니다. 촛불집회에 흰 머리의 어른들이 참석하는가 하면, 우익단체 집회에 20대 청년도 있다. 같은 70년대 초반 학번도 박근혜 대표는 70년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고, 정동영 의장은 민청학련에 참여해 격렬하게 저항했다.
세대 교체는 세월이 흘러가는 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다.
주목할 것은 세대가 아니라 세력이다. 같은 세대라도 공통 의식을 얼마만큼 많이 공유하느냐에 따라 세력이 달라진다. 이 점에서 4·19세대, 유신세대, 386세대 등의 명칭에서 세대를 세력을 바꿔도 무리가 없겠다.
최근의 변화는 바로 이러한 세력의 교체라고 봐야 한다. 정치권에선 3김 세력, 5·6공 반공 세력이 민주화 세력, 신보수 세력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재계에선 정경 유착의 장본이었던 창업 1·2세력이 선진 경영기법으로 무장된 3·4세력과 전문경영인으로 바뀌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과거 군사 쿠데타와 같이 갑자기, 막대한 후유증을 남기며 세력이 교체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대통령 유고 사태에도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며, 별저항 없이 주도 세력이 바뀌는 게 방증이다.
새로이 등장한 세력이 어떤 의식과 행동을 공유하는지, 공유의 폭은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면 세상을 읽을 수 있다.
신화수 IT산업부 차장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