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심의제도와 게임산업의 미래

 올들어 게임업계가 체감하는 꽃샘추위는 실제보다도 매섭다. 최근 게임업계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준엄한 등급 판정과 공인인증서 기반의 미성년자 온라인 결제 방식 도입 추진 등 사실상 규제와 다름없는 조치가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3대 게임강국’, ‘효자 수출상품’ 등 현란한 표현과 함께 정부가 경쟁적으로 제시했던 장밋빛 지원정책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연달아 터져나오는 우울한 소식으로 게임업계는 무척 당황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정부의 온라인 게임 수입규제 정책이 가시화되고 있어 게임업계는 심각한 내우외환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한국의 게임산업이 미래를 향한 변곡점에 와 있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따라서 정부, 업계 등 게임산업과 관계된 주체들은 각각의 입장과 시각만을 강변하며 일희일비하고 적대적,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게임산업은 막강한 정보화 인프라에 힘입어 온라인 게임을 중심으로 급성장을 했다.그 과정에 많은 고용창출을 했고 많은 외화도 벌어 들였다. 중화권 문화시장에서는 ‘한류’ 붐에 톡톡히 일조를 했다.

 그러나 성장속도나 부피 못지않게 업체간 생존경쟁에 따른 역기능이 확대 발생된 것도 사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게임산업의 순기능에 대한 보상은 육성 지원책으로, 역기능에 대한 반대급부는 심의 강화로 나타났다.

 당근과 채찍이 있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보면 육성책은 육성책이고 규제는 규제다. 더군다나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정부의 통제를 받지않는 민간자율기구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간의 영등위의 행태를 압축하면 심의가 엄격해야 건전한 게임문화가 조성되고 그 게임문화 속에서 게임산업이 발전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 같다.

 엄격한 심의에 대한 가장 강력한 명분은 ‘청소년 보호’이다. 고용창출과 수출실적도 중요하지만 청소년 보호가 우선이다.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선 게임 속의 폭력, 외설, 도박, 사행성을 거세해야하며 이렇게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게임산업 육성과 해외 시장 진출에도 기여한다는 논리다. 여기에 대한 게임업계의 입장과 생각은 다르다. 일부 성공한 게임업체들은 해외의 개발자나 회사를 흡수하고 합작법인을 만들 정도로 자금으로부터 자유로와 졌다.

 이러한 환경변화 속에서 게임업체들이 원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심의로부터의 자유이다. 개발비 대주고 세금감면 해주는 것보다 최소한 심의로부터 안전해지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게임산업 육성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안방에서의 생존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고, 이에 따라 해외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인데 현재와 같은 심의제도하에선 미리부터 주눅이 들어 창의적인 게임과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을 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아예 회사나 서비스 기반을 해외로 옮기겠다는 볼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심사기준이나 절차에 대한 합리성이나 형평성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에 대한 논쟁은 수없이 반복되었고 언제나 어차피 입장이 다르다는 것만을 확인해 주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아무리 게임산업 진흥을 외쳐도 ‘청소년 보호’라는 논리와 게임업계의 이윤창출 논리가 계속 정면 충돌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게임업계가 밀려날 수밖에 없다. 경영환경이 좋은 외국으로 제조업체들이 이전을 하듯이 게임업체들도 엑소더스를 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이러한 상황이 오기 전에 정부와 업계를 비롯한 모든 게임관련 주체가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아냈으면 좋겠다. 심의제도에 대한 발전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는 매우 어둡다고 생각한다.

◆유형오 게임브릿지 사장 gb1@gamebridg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