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업체들이 ACAP 방식의 지상파 데이터방송용 미들웨어의 개발에 성공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알티캐스트가 유럽식인 MHP 방식으로 유럽시장의 선점에 나선데 이어 삼성전자·LG전자·대우일렉트로닉스 등 가전3사가 미국식인 ACAP 방식의 미들웨어의 개발에 성공, 우리나라 업체들이 미국시장마저 선점에 나서게 됐기 때문이다. 데이터방송 미들웨어 부문서는 유럽과 미국 지역서 모두 우리기업이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배경=세계시장을 선점하고자 하는 우리기업의 의지가 밑바탕이 됐다. 데이터방송은 향후 방송업계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목받고 있는 모델이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미들웨어가 필수적이다. 그동안 미국은 케이블방송쪽 데이터방송방식인 OCAP과 지상파의 데이터방송방식인 DASE로 양분돼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케이블방송이 강해 상대적으로 DASE가 주목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 둘을 모두 합친 ACAP으로 가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이번에 삼성전자·LG전자·KBS가 NAB에서 ACAP을 구현하면, ACAP으로의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LG전자 입장에서는 향후 잠재 시장인 데이터방송용 미들웨어 내장형 셋톱박스 시장의 선점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 KBS로서는 올해 하반기 목표로 하고 있는 데이터방송을 위한 기술적 사전 정지 작업이란 측면도 있다.
◇개발 및 시장 현황=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기술 개발을 마무리했다. 현재는 이들 두 회사와 KBS가 전송시스템과 정합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올해 상반기내 기술을 개발한다. 오는 9월께 미국 케이블랩스와 ATSC가 최종 스펙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이 부문 스펙을 최종적으로 맞춰 상용화 모델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걸림돌은 없나=데이터방송에 대해 미국이나 한국 방송사들이 관심은 가지고 있으나 아직 본격적으로 데이터방송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미국·한국 시장이 늦게 열릴 경우 기술 선점은 빛이 바랠 수 있다. 또 미국과 한국의 케이블방송업계가 ACAP표준이 통합 규격이 된다 하더라도 OCAP표준을 고집할 수 있다. LG전자 박석원 책임연구원은 “OCAP과 ACAP이 기술적으로 유사해 ACAP방식 미들웨어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OCAP방식 미들웨어 개발도 시간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OCAP방식이 ACAP보다 복잡하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즉, OCAP의 뿌리에 해당하는 표준인 MHP방식 기술력을 가진 업체와 격돌에서 아주 우위에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전망=한국은 지금까지 세계 방송장비·솔루션시장에서 마이너한 존재에 불과했다. 그러나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방송으로 넘어가면서 각종 표준에 맞춘 방송용 소프트웨어 시장 공략이 가능할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셋톱박스가 강해 셋톱박스에 내장되는 미들웨어는 이런 움직임에 가장 걸맞는 솔루션이다. 셋톱박스업체들로서는 데이터방송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 디지털방송 셋톱박스 시장 공략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또 만약 세계적으로 데이터방송이 일찍 개화할 경우 디지털방송 셋톱박스와 ACAP방식 미들웨어 초기 시장을 선점해나갈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방송용 미들웨어 시장에는 알티캐스트·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 업체들이 앞서가고 있다”며 “세계 처음으로 이들 제품의 개발을 주도하는 업체가 우리나라 업체란 점에서 세계 디지털방송 미들웨어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ACAP방식 미들웨어 국산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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