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사장은 독특하네. 제조업이구만.”(중기청장)
“그래서 제가 끌고 왔습니다.”(벤처기업협회장)
“그래 이제는 제조업 벤처가 역할을 해 줄 때지.”(중기청장)
지난달 한 행사에서 중기청장과 벤처기업협회장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사장을 두고 나눈 대화다. 당시 벤처협회장에게 끌려온(?) 이 장비업체 사장은 현재 협회 부회장단의 일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제 벤처기업이냐, 아니냐에 큰 의미를 두는 인식은 거의 사라졌다. 실제로 지난 90년대 후반과 달리 최근에는 벤처이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수혜도 별 것 없다. 차라리 벤처로 분류되는 것이 그 회사의 주가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벤처기업이 우리 산업에 미친 영향은 적지 않다. 좋은 평가와 나쁜 평가가 공존하지만 ‘아직도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것으로 대표되는 벤처정신은 아직 유효하다.
PC를 끌어 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면서 세상에 도전하는 ‘벤처스러운(?) 벤처기업’이 많은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남기며 우리 벤처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이제는 실패사례로 기울어진 한쪽 기둥을 ‘굴뚝스러운(?) 벤처기업’이 지탱해 주면서 덧칠을 할 때다. 실제로 지금 산업현장에서는 제조업벤처들이 밤잠을 잊고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최근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의 협력 중소벤처들은 벤처정신을 새롭게 다지고 있다.
그럼에도 한 제조업 벤처 사장의 말은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
“제조업 벤처는 일반 벤처와 달리 제조기반을 같이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좀 느린 것이 사실입니다. 또 IT벤처처럼 아이디어 기술을 중간에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일단 막대한 자금을 들여 상품을 만들어야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정부차원의 배려가 아쉽습니다.”
<디지털산업부·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