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쯔의 300㎜ 웨이퍼 반도체 신공장 건설 발표를 끝으로 일본 반도체 업계가 추진중인 대형 투자 계획의 윤곽이 드러났다.일본업계의 설비투자는 한마디로 ‘300㎜ 웨이퍼 시대’로 대변된다. 이미 300㎜로 전환한 인텔, 삼성전자 등 세계 톱들을 겨냥해 일본 업체들이 80년대 영광의 재현에 나선 것이다.
◇300㎜ 웨이퍼 경쟁시대=300㎜ 웨이퍼는 현재 주류인 200㎜ 웨이퍼와 비교해 1장으로 만들 수 있는 칩의 수가 2∼3배 증가 하지만 생산 원가는 30% 정도 떨어진다.지난 2001년경 부터 미국 인텔과 한국의 삼성전자가 300㎜ 이행을 본격화했다. 이에 반해 일본세는 D램 사업의 실패 등으로 신규 투자가 크게 미진했다.특히 일본 업체들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단행했던 시스템LSI은 소량 다품종 생산이 대부분이어서 300㎜ 라인에서의 채산성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일본세의 반전은 지난 2002년 후반부터 시작됐다. DVD리코더 등 디지털 가전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사 회생한 도시바, NEC, 르네사스 등이 잇따라 300㎜ 라인 증설을 결정한 것이다. 디지털 가전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일본 업체들의 뒤늦은 참여로 이제 세계 반도체업계는 본격적인 300㎜ 경쟁 시대에 접어들었다.
◇어떻게 투자하나=후지쯔의 오노 노리히코 경영 집행역 상무는 최근 회견에서 “지금까지 투자 방법에 문제가 있었음을 솔직히 인정한다”며 신공장에 새로운 모델을 도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후지쯔는 총 1600억엔을 투자해 월 최대 1만3000장의 생산 능력을 지닌 공장을 미에현에 건설한다. 2005년 4월부터 가동해 9월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번 투자가 기존과 다른 점은 고객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점.정보 기기업체와 반도체업체 등 10여개사 이상이 신공장에 채택되는 회로 선폭 90㎚(나노=10억분의 1) 최첨단 가공 기술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이에 따라 후지쯔와 설계에서부터 협력해 우선적으로 발주·생산위탁을 한다고 확약한 상태다.
도시바는 2002년 12월에 오이타현과 미엔현 등 두 공장에 300㎜에 대응하는 신규 라인을 건설하기로 결정했으며 NEC일렉트로닉스는 지난해 11월 야마가타현 공장에, 또 르네사스테크놀로지도 300㎜ 라인을 가진 자회사 트레센티테크놀로지의 증산을 계획하고 있다.
◇전망=그러나 이러한 잇따른 증설 계획에 대해 설비 과잉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아테네 올림픽 및 미국 대통령 선거 등이 끝나는 올해 후반부터 디지털 경기가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인데 이에 대해 르네사스테크놀로지의 나가자와겐이치 회장은 “2005년에 반도체 수요가 급감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 역시 ‘30% 이상의 설비 과잉’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사별로 ‘전략적 파트너’ 만들기가 중요한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도시바의 경우 소니에 공동 개발하는 신형 프로세서의 대량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인데 설비 투자에 어느 정도 자유로운 상황이다. 후지쯔 역시 소니 등에 전략적으로 칩을 공급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단지 고객들은 경우에 따라 보다 우수한 기술을 가진 반도체업체로 바꿀 수 있으며 또 파트너 업체의 제품이 팔리지 않을 경우 같이 무너지는 위험도 피할 수 없다.
일본 반도체업계의 잇따른 300㎜ 투자는 수요 변동 이외에도 많은 변수로 인해 성공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세계 반도체업계의 직경 300mm 웨이퍼 대용 라인 건설 및 증강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