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자업체들이 세계 처음으로 ACAP(Advanced Common Application Platform)방식의 디지털 데이터방송용 미들웨어를 개발했다고 한다. 아울러 우리 지상파 방송사들과 함께 이 미들웨어를 이용한 실험방송 작업에 들어가는 등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ACAP은 케이블TV와의 호환이 가능한 미국식 지상파 데이터방송 규격인데도 미국 방송솔루션 업체들보다도 우리 전자업체들이 먼저 관련 미들웨어를 개발하고 상용화에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배경에는 세계 데이터방송 솔루션시장을 선점하고자 하는 의지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잘 알다시피 데이터방송은 미래 킬러애플리케이션으로 세계 방송업계의 주목을 받아온 분야이다. 특히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미들웨어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데이터방송을 준비하는 방송업계는 표준 방식에 맞는 미들웨어를 도입해야 하고 시청자들도 관련 미들웨어를 채택한 셋톱박스를 구입해야만 데이터방송을 수신할 수 있다. 그만큼 미들웨어가 데이터방송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세계 방송장비솔루션업체들이 표준 동향을 수시로 체크해가며 미들웨어를 비롯한 솔루션 개발에 열중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방송솔루션업체가 이미 유럽식 디지털 데이터방송 표준인 MHP방식 미들웨어를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해 유럽 시장을 활발히 개척하고 있고 이번에 또 미국식 표준인 ACAP 방식 미들웨어까지 개발함으로써 급성장이 기대되는 미국 데이터방송 시장마저 선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이제 우리 전자업체들이 디지털 데이터방송 미들웨어 부문과 관련된 유럽·미국시장을 모두 석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우리 업체들이 개발한 미들웨어로 양방향 데이터방송을 구현할 경우 미국 내에서 벌이고 있는 시장 표준 경쟁도 ACAP쪽으로 급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상용작업이 주목된다.
이렇게 되면 단순히 국산 미들웨어 솔루션 수출에 그치지 않고 셋톱박스 등 관련 방송장비 수출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디지털 데이터방송과 관련된 모든 시장을 우리 업체들이 장악할 수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게다가 이는 우리가 올해 하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데이터방송과 관련된 기술적 사전 정지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측면에서도 관심을 끄는 사항이다.
그러나 자만에 앞서 경계할 대목도 많다. 세계 방송장비 및 솔루션시장에서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마이너한 존재에 불과할 정도로 뒤져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한다. 정보통신기술이나 IT기반은 세계에 자랑할 정도이지만 방송에 관한 한 뒤져있는 만큼 세계 업체들이 우리의 방송통신 기술력을 알아주는데는 테스트베드가 있어야 하는 만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가장 먼저해야 할 일은 이번에 개발한 미들웨어를 토대로 ACAP방식의 양방향 디지털데이터방송을 구현하는 것이다. 그만큼 전자업체와 방송사가 협조가 절실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강점인 셋톱박스업계가 여기에 공조해 해외 시장을 개척할 경우 우리가 방송장비 및 솔루션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번 ACAP방식 미들웨어 개발은 무엇보다 기술개발만이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승산있는 게임을 벌일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가르쳐 준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