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장인을 찾아서](12)니트젠테크놀러지스 엔피아 사업본부 윤기주 사장

 인터넷은 이제 우리 사회의 정치, 문화에 대변혁의 핵심 코드가 됐다.

 이런 한국의 인터넷 역사 10여년속에 이런 변화를 주도해 온 사람중의 하나가 바로 니트젠테크놀로지스 엔피아 사업부문의 윤기주 사장(36)이다. 그 나이에 더구나 전문대 졸업의 최종 학력을 가지고 “했으면 얼마나 했겠어”라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같은 핸디캡을 딛고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남보다 더’라는 말이 뒤따를 수 밖에 없었다.

 윤 사장은 지난 88년 2월 유한공대(구 유한공전)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데이콤에 입사해 데이콤 행정전산사업본부, 전산기술본부 네트워크기술팀, 데이콤 정보통신사업단 시스템기술팀 등을 거치며 10년간 근무했다.

 국가기관전산망(행정전산망 전국 구축 및 기술지원, 데이콤 사내 FDDI 백본망 설계 및 구축, 데이콤 MIS 및 EDI 시스템 서버 구축 및 기술지원, 미 사이버가드(CyberGuard)사 방화벽(Firewall)내 세계 최초 서버부하분배 방안 설계, 인터넷 천리안 네트워크 설계 및 구축, APIX, KIX 연동방안 수립 및 설계, 천리안넷 무정지 서비스 방안 수립·설계 및 구축 등이 작거나 혹은 크게 그의 손을 거쳐왔다.

 윤 사장이 현재 엔피아의 사업부문인 시스템 부하분배(load balancing)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데이콤 근무 시절이다.

 지난 94년 데이콤에서 국내 최초로 미국 사이버가드(CyberGuard)사의 방화벽(firewall) 제품을 도입하면서, 보안성을 확보했지만 이로 인한 네트워크와 시스템의 속도가 현저히 저하되는 문제가 생겨 담당자로서 골머리를 앓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문제 해결을 위해 밤새 매달리기 일쑤였고 미국을 수십번 왕래했다.

 커널까지 뜯어내는 윤사장의 열성에 현지 제작사에서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한다. 나중에는 오히려 그쪽에서 부하 분배 솔루션의 개발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후 윤사장은 인터넷 천리안의 백본망 설계, APIX, KIX 연동방안 수립 및 설계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네트워크 설계와 시스템 부하 분배에 관한 국내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인정받게 됐다.

 이 기간동안 윤 사장은 국내 최고의 시스템 트래픽 관리 전문가로 성장했다.

 “IT 분야 가운데서도 특히 네트워크 시장은 그 변화의 속도가 빠릅니다. 한때 MSP(원격 네트워크 관리 서비스)나 컨텐츠전송네트워크(CDN)가 각광 받는 수익 사업으로 부상했다가 불과 1∼2년새 시장이 정체되거나 수익성 악화로 해당 기업들이 고전했지만 지금 또다시 CDN이 떠오르는 등 시장 상황이 수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양한 IT분야가 통합되어 발전해 나가는 네트워크 시장의 특성이며, 이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게 윤 사장의 생각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99년 데이콤 사내 벤처 4명으로 출발한 엔피아를 불과 5년만에 직원수 60명을 거느린 탄탄한 네트워크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시킨 윤 사장의 진가는 더욱 빛을 발한다.

 윤 사장이 처음 네트워크 업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99년 데이콤 사내벤처 공모 때 ‘국내 3대 IDC에 고객 서버를 분산 수용함으로써 특정 IDC 및 ISP 장애 발생시에도 중단없는 서비스가 가능한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Global Load Balancing)’이 가능하다는 사업 모델을 발표하면서다.

 이는 당시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었으며 안정성과 가용성이 절대적인 증권사들에게 큰 호응을 받아 3개월만에 데이콤에서 분사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이어 당시 CDN의 개념조차 정립되어 있지 않던 국내에 미국 아카마이사(Akamai Technologies)가 선보인 CDN 사업을 도입해 처음 상용화에 나서 최근까지 솔루션 업그레이드를 지속하면서 국내 CDN 시장의 수위를 달리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윤 사장은 CDN 시장이 단기간에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 보고 곧바로 시스템 트래픽 관리(STM) 솔루션 개발에 착수, 시장에 뛰어들었다.

 네트워크 사용자 증가와 기업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도입에 따른 트래픽 관리가 조만간 큰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윤 사장은 기존의 트래픽 관리 솔루션이 가진 문제점을 해결한 차세대 트래픽 관리 솔루션(STM) ‘IP마스터’를 개발, 증권 부문을 휩쓸면서 두각을 보였다.

 엔피아 기술진이 개발한 최초의 시스템 트래픽 관리 솔루션 IP마스터가 KT국산 신기술 인증과 함께 유럽의 아이랜드, 호주 등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또한 몇 번의 인터넷 대란을 겪으면서 네트워크 보안과 함께 시스템 트래픽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벅스뮤직, iMBC, KBSi, NHN, 잡코리아 등 대형 인터넷업체 등을 신규 고객으로 확보, 시스템 트래픽 관리(STM) 분야 기술과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의 수요에 따라가려 급급해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를 미리 예측, 트랜드를 주도해 나가는 것이 네트워크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남들이 하지 않을 때 먼저 시작한다는게 윤 사장의 생활신조며 기업정신이다.

◆약력

 △1968년 2월 생

 △유한공대 전자공학과 졸업

 △㈜데이콤 행정전산사업본부

 △㈜데이콤 엔피아사업팀 소사장

 △엔피아㈜ 창업 (1999)

 △현재 니트젠테크놀러지스㈜ 엔피아 사업본부 사장

<주요 수행프로젝트>

△국가기관전산망(행정전산망 전국 구축 및 기술지원

 △㈜데이콤 사내 FDDI 백본망 설계 및 구축

 △㈜데이콤 MIS 및 EDI 시스템 서버 구축 및 기술지원

 △미 CyberGuard사 Firewall내 세계 최초 서버부하분배 방안 설계

 △인터넷 천리안 네트워크 설계 및 구축

 △APIX, KIX 연동방안 수립 및 설계ㅣ천리안넷 무정지 서비스 방안 수립/설계 및 구축

◆내가 본 윤기주 사장-인하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교수 박재천 

 데이콤 시절부터 지켜봐 왔던 엔피아 윤기주 사장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한 인상은 그가 엔지니어로서의 자부심이 누구보다도 강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후배 윤기주 사장은 적당히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무척 싫어했던 젊은이였다. 같은 팀에서 일을 하게 되었을 때 대기업의 의사 결정 시스템이나 현실적 한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항상 새로운 이론, 새로운 해결책을 가지고 상사인 나를 압박(?)해오는 당찬 젊은이였다.

 아니다 다를까 그는 30대 초반의 나이에 결국 자신의 기술적 논리와 패기만을 무기로 독자적인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난 그때 젊은 윤기주에 대해 우려반, 기대반의 심정이었다. 엔지니어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적 트랜드에 대한 명확한 확신과 도전 정신은 충분히 박수를 치고 싶었지만 과연 대기업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황야에서 그런 패기만 가지고 기업을 꾸려갈 수 있을 지는 자못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그런 염려가 기우라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드러났다. 창업을 통해 결국은 본인이 꿈꾸던 솔루션 개발에 도전하게 된 후배 윤기주 사장이 장차 자신이 개발하게 될 솔루션이 반드시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과 개발된 제품의 강점을 강조할 때는 마치 신들린 사람 같았지만 결국 그런 그의 태도가 투자자와 시장의 마음을 서서히 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의 확신은 옳았고 그는 창업 5년 만에 엔피아를 혁신적인 토털 네트워크 솔루션으로 당당하게 자리 매김을 시켰다. 지금까지 그런 그의 성장 과정을 눈여겨 지켜봐 왔던 나는 결국 그를 타인에게 이야기할 때 탈 셀러리맨에 성공한 기업인이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젊은 벤처 사장 같은 일반적인 수사 대신 나도 모르게 그의 어쩔 수 없는 프로마인드, 기술자로서의 승부근성을 먼저 이야기 하게 됐다.

 영업, 관리, 자금, 인사 등 경영 전반의 문제에 시간을 뺏길 수 밖에 없는 처지이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는 현장에는 항상 작업복 차림의 그가 있었고, 풀리지 않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동료들과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토론과 연구를 멈추지 않는, 결국은 비행기를 타고 해외를 뒤져서라도 끝내 해결책을 제시하고야 마는 그를 보면 ‘아! 저 친구는 어쩔 수 없는 쟁이구나’라는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