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창 수석논설위원
어수선한 분위기다. 계절적으로는 파릇파릇 생기가 돋아날 정도로 활기가 넘칠 때지만 우리 사회는 온통 어지럽기만 하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 소추 결의로 빚어진 친노와 반노, 진보와 보수 논쟁은 결국 반목과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정치적 갈등이 국민적 갈등으로 비화될 위기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오죽했으면 전직 총리들이 나서 시국안정을 위한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현 국가적 상황을 ‘자유민주주의체제와 질서를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겠는가.
경제 상황을 보면 말이 아니다.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청년실업에다 이젠 신빈곤 문제까지 등장했다. 가계 생활 형편이 어려워진 것은 당연하고 내수 불황의 골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게다가 원자재난까지 겹쳐 언제 경제회복이 이뤄질지 요원한 실정이다. 기업들이 생산시설뿐 아니라 연구개발(R&D)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산업공동화에 이어 ‘싱크탱크 공동화’ 조짐마저 서서히 나타나는 등 기업공동화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유일하게 수출은 호조를 보여 여간 다행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우려했던 ‘고용 없는 성장’이 올해 우리 경제의 모습으로 굳어 가는 것 같아 썩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나마 지난 2월 생산이 통계 지표상 10% 늘어나고 설비투자와 도소매판매가 미미하나마 모처럼 증가세를 보였다고 한다. 때문에 경기 회복론도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속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가계부채 문제와 신용불량자 문제가 내수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기업 투자를 촉진할 만한 요인도 없다. 오히려 임단협 시즌을 맞아 노동계의 공세에 따라 더욱 위축될 수 있는 등 불확실한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 경제가 조정기에 접어들면서 세계적인 동반 침체의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어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그리 좋은 상황만은 아니다.
더구나 어제와 오늘 이틀간 후보자 등록이 이루어지면서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4.15총선으로 경제가 더더욱 정치에 묻혀버리는 등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고조된 느낌이다. 여당이 엊그제 ‘잘사는 나라’ 등 4대 비전을 핵심으로 한 15대 공약을 내놓았지만 야당은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긴 했으나 민생과 경제 관련 정책 공약을 이제 겨우 냄새만 피울 정도로만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인지 유권자들도 경제 정책 공약에는 통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듯하다. 물론 그동안의 선거가 지역주의의 팽배로 정책 공약이 중요한 변수가 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특히 총선은 정당 못지 않게 인물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이마저 없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정당들이 정책 공약을 두고 논란을 벌이는 모습은 아예 찾기가 힘들다. 이번 선거는 1인2표제 도입으로 각 당이 제시하는 다양한 정책 공약 평가를 통해 지지 정당에 한 표를 던질 수 있게 되었는데도 그것이 제대로 될지 미지수다.
요즘 미국에서도 선거열풍이 한창이다. 하지만 우리처럼 지역주의나 인물을 중시하기보다 정책을 중시한다고 한다. 정치인이 인기 있는 정략을 버리고 올바른 정책을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도 이제 지역주의를 버리고 경제정책으로 제시한 공약을 세밀히 따져 보고 나라 일꾼을 선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정치인이나 정부가 경제에 `올인`할 것이다. 그러면 경제에 짙게 깔린 불확실성도 제거될 것이다. 달콤한 경제 정책을 제시하는 당이 총선에서 이겨봤자 경제회복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때 또 후회할 것인가. 우리는 언제까지 어수선함 속에 세월을 허송해야하는 가 이 시점에서 곰곰이 되새겨볼 필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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