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통신명가의 처량한 신세

 31일 맥슨텔레콤은 매각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하루 종일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최대주주인 세원텔레콤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맥슨텔레콤의 보유지분 30.72%(224만주)의 권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넘기기로 했다. 올해 들어 유럽 카메라폰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제2의 도약을 준비했던 맥슨텔레콤 임직원들에게 청천벽력같은 비보였다.

맥슨텔레콤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카메라폰으로 유럽에 첫 진출한 이후 참가한 독일의 `세빗 2004` 전시회에서 수주 상담 물량만 총 1억5000억달러 규모”라며 한층 고무됐으나, 오후에 매각 소식이 전해지면서 침울한 분위기로 돌변했다.

맥슨텔레콤 관계자는 “자다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맥슨텔레콤의 매각 여부를 떠나 국내 대표적인 유럽형 이동전화(GSM) 중견기업이 자기의 의사와 관계없이 시장에 매물로 나와 처량하게 새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이 처량하다.

지난 2000년 세원텔레콤은 맥슨텔레콤을 인수하면서 “맥슨텔레콤의 경영정상화를 통해 세계적인 휴대폰업체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불과 4년만에 이렇다 할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다시 매물로 시장에 내놓았다. “경영 환경이 악화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변명도 덧붙였다.

맥슨텔레콤은 당장 주인없는 회사로 갈팡질팡할 것이 불 보듯 하다. 핵심인력들도 들썩일 것이다. 또 한번 좌절을 맛보게 된 것이다. 국내 휴대폰업체들의 반응도 냉랭하다. 이미 상당수 업체들이 GSM 휴대폰 시장에 진출,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헐값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맥슨텔레콤은 오는 5월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이대로는 썰렁한 행사가 될 것 같다. 더 이상 30년 통신명가의 자존심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