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업계에 ‘SK텔레텍 경보‘가 내려졌다.
국내 휴대폰업계는 그동안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텔레텍의 휴대폰사업 강화에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SK텔레콤이 자회사인 SK텔레텍을 이동통신서비스의 테스트베드역 정도로만 내세웠기 때문이다. 더욱이 SK텔레텍은 오는 2005년까지는 120만대 내수 제한 규정에 묶여 있다. 나아가 서비스·장비의 동시 성공사례가 세계적으로도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해외 행보에 “긴장”=하지만 최근 들어 휴대폰업계가 부쩍 SK텔레텍의 행보에 바짝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다. 우선, 대규모 자금을 투입, 중국 텐디그룹과 합작사인 ‘SK텐디텔레콤산업‘을 설립키로 했다는 소식에 국내 휴대폰 업체들은 깜짝 놀라는 표정이다. 연초부터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들이 언급해온 ‘SK텔레텍의 그룹내 주력기업화’ 발언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이동통신서비스의 지배력을 이용해 단말기 사업을 강화할 경우 파급력이 만만치 않다.
◇이통서비스 지배력 “부담”=SK텔레콤은 국내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지배적사업자다. 따라서 단말기 시장의 판도에도 보이지 않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막강한 유통망이나 브랜드 파워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때문에 그룹내 이동통신서비스사를 갖고 있는 LG전자마저도 오히려 LG텔레콤보다 SK텔레콤의 눈치를 더 살필 정도다. 특히 SK텔레콤과 삼성전자는 대안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극명한 대비점을 갖고 있다.
◇내수 제한도 곧 “풀린다”=이에 따라 업계는 SK텔레텍의 120만대 내수 제한 규정이 풀리는 2005년 이후의 변화에 내심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SK텔레텍은 사실상 내수 부문서 120만대를 채웠다. 오히려 내수시장 확대에 호흡을 조절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업계는 SK텔레텍이 모기업인 SK텔레콤의 지원사격을 받아 적극 나설 경우 내수시장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룹 주력기업 육성”=업계는 특히 모기업인 SK텔레콤의 거듭되는 ’SK텔레텍 그룹 주력기업화’ 발언에 더욱 움츠러드는 분위기다. 전문 개발인력 확보에도 팔을 걷고 나선 상황이다. SK텔레콤의 고위 관계자들은 최근 들어 ‘세계 10대 휴대폰 메이커‘ ‘글로벌 휴대폰 메이커‘ ‘삼성과 어깨를 견주는 휴대폰 메이커‘ 등 어법을 변화시켜가며 자회사 육성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김신배 신임사장은 심지어 최근 취임 기자회견서 SK텔레텍 육성을 천명하기도 했다.
휴대폰 부문 대기업 관계자는 이와 관련, “SK텔레텍의 등장은 갑자기 국내 휴대폰 시장 판도변화의 핵으로 등장했다”며 “오는 2005년 내수 제한 규제가 풀리면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휴대폰업체간 순위 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