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게임업계 스스로 바뀌어야한다

 최근 자그마한 어촌 읍내를 지날 때 한 집 건너 한 개씩 달려있는 단란주점 간판들을 보고 놀랐다. 물론 처음에는 기껏해야 두서너 개의 단란주점 정도로 시작했을 테지만 손쉽게 돈을 번다는 입소문에 결국 지금처럼 읍내 전체가 단란주점 타운으로 변해버린 것일 게다.손님은 한정되어 있을 텐데 온 마을이 이런 판이니 현재의 상황이야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제는 분명 업주들만의 문제를 넘어서 그 지역 전체의 경제문제로 확대되어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온라인 게임을 중심으로 한 한국게임산업의 현황도 이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업체 30여개사를 제외하곤 소액의 매출조차 발생시키기 어려운 구조가 게임업계 현실이다.어찌 보면 그 정도가 현재 국내시장 규모의 한계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게임업체의 수를 공식적으로 집계하기 힘들 만큼 수 많은 게임회사들의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고 있다.최소 3000개 이상의 개발업체가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내 게임산업의 큰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볼 때 고급인력과 재원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국내 게임산업의 심각한 한계를 드러내 보이고 있는지도 모르는 이런 상황에서 눈에 두드러지는 몇몇 대형 게임사들의 비약적인 성장모습만이 조명되며 이것이 마치 국내 게임산업의 전반적인 성장인냥 호도되고 있다.이런 와중에 게임산업 전반에 걸친 실질적 정부 지원정책의 부재와 다양한 규제를 무기로 게임업체 줄세우기와 대형게임사들을 앞세운 업계 협의체들의 인위적 재편 등 고질적 병폐까지 불거지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의 리더격인 몇몇 대형업체들의 행보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국내에만 한정 돼 있는 해외 게임의 국내판권을 얻기 위해, 또는 해외 개발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을 제시한다. 이는 그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 전세계 판권을 획득할 수 있는 국내 개발사들과의 공조 기회를 가로막고 있다. 국내 개발사들의 해외진출 교두보 역할을 해줌으로써 국내시장 포화의 문제와 기업성장 한계의 극복, 그리고 국내 게임산업의 성장 등을 동시에 해결 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대형게임사들의 경영관이 아쉽기만 하다.

몇몇 대형 게임포털도 마찬가지다.영세한 개발사들의 약점을 이용해 CP(contents provider)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게임사이트에 여러 CP들의 게임을 입점시키고 자신들을 퍼블리셔(puoblisher)라 자칭한다. 여러 영화들을 가져다 1관, 2관, 3관 등에 붙이는 것은 개봉관이지 결코 진정한 배급사가 아니다. 진정한 퍼블리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배급의 기능을 장착하고 많은 개발사와의 협조(지원)관계 아래 국제무대를 상대로 사업을 전개하며 우수한 한국산 게임들도 많이 배포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작은 규모의 개발사들에게 산술적 정산 이외에도 그들로 인해 취한 회사 자산가치 급등 등의 유·무형 이익에 대해 어떤 방법으로든 분배해줘야 한다.

그러나 영세 개발사들의 문제점도 많다. 실험적으로 행해졌던 몇몇 프로젝트 펀드 또는 판권계약에 의한 게임개발과 게임서비스 프로젝트들의 대부분이 실패로 끝남으로써 대형 게임사들에게 공조체제에 대한 회의감을 고조시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다양한 장르에 대한 접근과 자신들만의 전문성 확보, 그리고 틈새시장 창출 전략도 필요하다. 불리한 조건에서의 동일한 개발 행위는 이미 경쟁력을 잃는 사업전개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정부 관련부처는 게임업계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또 대형게임사들은 영세개발사들과의 공생 논리에 근거한 새로운 관계 설정아래 세계 무대에서의 재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전문개발사들도 신뢰성의 확보와 다양한 장르의 게임개발 그리고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전문성의 확보를 통해 존립을 위한 토대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모두가 힘을 합쳐 현존하는 게임업계의 수 많은 종사자들을 포용해냈을 때 비로서 진정으로 우리 게임업계의 밝은 미래가 존재할 것이다. 

◆홍문철 나코엔터테인먼트 사장 sun@dc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