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코스닥의 꽃샘추위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야 할 코스닥시장에 때아닌 ‘퇴출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지난달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 사유로 3개사가 퇴출된 데 이어 이달에도 감사의견에 따라 17개사의 퇴출이 예정돼 있다. 올 1분기를 마악 넘긴 1일 현재 퇴출이 확정된 기업은 이미 지난 한 해 연간 퇴출 기업 수인 18개를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코스닥 퇴출 기업 수가 신규 등록 기업 수를 넘어설 것이란 성급한 예측까지 나돈다.

이 같은 퇴출 한파는 대통령 탄핵과 테러 등 각종 국내외 악재를 털어내고 본격적인 ‘어닝 서프라이즈’ 기간을 맞아 새로운 봄을 맞이하려는 투자자들의 외출을 방해한다. 마치 따뜻한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처럼 말이다.

하지만 꽃샘추위가 지나고 나야 진정한 봄이 오듯 최근의 퇴출 한파가 코스닥에 불어오는 봄바람을 영원히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들어 첫 퇴출 종목이 공표된 지난달 10일에 비해 코스닥지수는 오히려 소폭 상승하며 퇴출 악재를 흡수하고 있다. 개별 퇴출 종목에 대한 부침은 심했지만 나머지 코스닥 우량 종목에 대한 투자자의 지지도는 여전하다. 외국인은 지난 한 달간 3800억원을 순매수, 올들어 가장 큰 규모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처럼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안정세를 유지하는 것는 투자자들이 몇몇 부실·불투명기업으로 인한 악재를 시장 전반에 걸친 문제로 확대 해석하지 않고 냉정히 바라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불량 기업은 일찌감치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이제 공은 코스닥시장과 등록 기업 자신들에게로 넘어갔다. 엄격하면서도 효율적인 등록·퇴출제도를 통해 옥석을 가려내려는 코스닥시장과 관계 기관의 끊임없는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등록 기업들도 적당히 투자자들의 돈을 얻어내 부를 키우려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 보다 투명하고 책임있는 경영을 펼쳐야 한다.

최근 불어닥친 퇴출 한파가 한때의 꽃샘추위로 끝날지 여부는 시장과 기업에 달려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