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3년전만해도 웹사이트는 그 자체가 수익모델이 되기 보다는 해당 기업을 이해하기 위한 단순 정보 제공의 창으로서 인식됐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관계자들도 사이트가 얼마나 보기 좋은지를 먼저 살피는 디자인 중심의 평가를 했었다.
그러나 인터넷 쇼핑몰을 비롯한 e비즈니스가 활성화된 지금, 웹사이트는 잠재 고객 또는 타깃고객에 대한 마케팅 도구이자 수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만한 디자인 외에 효과적인 마케팅 도구나 e비즈니스 창구로 활용할 수 있는 유저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는 것이 관건이 됐다.
이러한 변화는 웹기획자의 역할을 더욱 중요하게 만들었으며 웹에이전시(eBI) 업체는 과거와 다른 변화가 필요하게 됐다. 우선 한국보다 e비즈니스가 발달한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도록 하자. 일본은 웹기획 관련 인력이 보다 전문화, 조직화돼 있고 한국 웹기획자 1인 역할을 여러 명의 추가 전문인력이 분담해서 소화하고 있다.
예컨대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 발생하는 고객관리와 제안서 및 일정관리 등 업무는 웹기획 관련 최상위직인 ‘프로듀서’가 진행한다. 이는 일부 회계 매니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한국의 프로젝트 매니저와 유사하지만, ‘프로듀서’는 디자인·콘텐츠·개발 등 각 분야별 기획업무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을 하부에 두고 이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점이 한국과 차이가 있다.
결국 일본의 ‘프로듀서’는 프로젝트를 의뢰한 고객사와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과 프로젝트와 관련한 일련의 업무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하부조직을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그리고 프로듀서의 지휘 아래 콘텐츠 디렉터(콘텐츠 및 유저인터페이스 기획 담당), 개발 디렉터(백오피스 설계나 서버 시스템 설계 담당),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디자인 컨셉 및 네비게이션 설계 담당) 등이 세부업무를 담당,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또 카피라이트 디렉터는 문단편집 및 카피라이트 업무 외에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를 진행하는데, 이는 검색엔진 이용시 상위 검색 결과에 랭크될 수 있도록 사이트 곳곳에 검색 팁을 설치하는 것이다.
이처럼 일본은 웹기획자의 역할을 좀더 세분화하고 인력을 전문화함으로써 고객의 기대를 뛰어 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사이트 제작기간과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됨으로써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물론 일본의 경우 한국과 달리 ‘덤’이 없는 시장 환경이 일본 웹에이전시 업체의 전문화를 가속시킨 것이 사실이다.
일본 웹에이전시 업체들은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는 기업들에게 비용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을 통해 시장의 요구에 부합할 수 있도록 조직 구조를 변화시키고 인력의 고급화와 전문화를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성 높은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가. 수요자의 e비즈니스 인식이나 수요는 예전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시장이 요구하는 높은 서비스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국내 웹에이전시 업체도 일본처럼 체계적인 시스템과 전문성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세분화된 역할과 전문화된 인력으로 조직의 체질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할 것이다. 또 이렇게 제공되는 양질의 서비스에 맞게 고객이 기꺼이 제 값을 지불할 수 있도록 하는 일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권우성 IMJ코리아 사장 woosung@imj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