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작년 IT기업 실적이 의미하는 것

예상했던 일이지만 12월 결산에서 IT기업들의 지난해 경영실적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경제에서 IT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작년에 얼마나 어려운 상황이었던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거래소 상장 99개 전기전자업체들의 순이익이 13.2%나 줄어들고 코스닥 등록IT기업 396개 사의 경우 매출 감소는 물론 당기 순손실만 1663억원에 달하는 등 대부분 전년에 이어 연속 적자를 냈다는 것은 여간 걱정스런 일이 아니다.

 기업의 존재 이유가 기본적으로 수익창출에 있고 보면 이같이 취약한 수익성은 국내 기업들, 더 나아가 우리 경제에 대한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옳다. 극심했던 IT산업 불황이 적자의 주요 배경이지만 기술력을 생명으로 삼는 IT기업의 불황 대처능력이 이처럼 취약해서야 기업은 물론 증시의 장래도 낙관하기 어렵다.

 코스닥 IT업체들의 적자행진이 지속되고 있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전반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부진하고 특히 IT부문에 대한 신규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이 큰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코스닥 등록기업이 대부분 벤처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력의 원천인 기술개발에 소홀했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술 경쟁력으로 승부하지 않는 한 경기가 회복돼도 이익창출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익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주가가 거품으로 변하게 되는 것은 뻔한 이치다. 기업과 증시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도 코스닥 등록기업의 주력사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는 서둘러야 할 과제다.

 이런 점에서 인터넷 업종의 흑자 전환은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코스닥에 등록된 11개 인터넷기업들은 2002년만해도 총 899억원의 적자를 낼 정도로 위태위태했으나 지난해 총 703억원의 순익을 거둬 유일하게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잘 알다시피 인터넷 기업들은 한때 포털사이트 운영과 광고수익에만 의존한 사업구조에다 경쟁까지 심해지면서 심각한 성장성 정체가 우려되기도 했었다. 그런데도 이들이 작년에 타업종과 달리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수익원을 다각화한 것을 꼽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단순한 검색사이트에서 탈피해 게임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접목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주력한 것이 주효한 것이다.

 또 포화상태인 국내 IT시장에서 해외로 눈 돌린 업체들이 견조한 성장세를 기록했다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코스닥의 게임업체, 인터넷 포털 기업들은 최근 앞다퉈 중국, 일본시장에 진출하고 있으며 IT하드웨어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해외 수주를 따내는 등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세계 IT경기가 완전히 회복세로 돌아선 분위기다. 때문에 코스닥 IT기업들이 빈사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내실경영을 하고, 저마진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기술력을 통해 가격결정력을 높이고 적극적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최근 국내 경기회복론이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결코 낙관할 수 없다. 경기의 회복을 점치기 어려운 결정적인 요소는 요즘 불어닥친 환율과 유가상승이다. 환율상승은 IT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하락을 초래함으로써 자칫 수출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러한 변수에 미리 대비하는 시나리오 경영전략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