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부총리제, 국가 과학기술혁신을 위한 기능개편 등 과학기술부의 역할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가 부담스럽습니다.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올까 걱정됩니다.”
최근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이 ‘좁아서 다니기에 힘든 길(애로·隘路)’로 들어선 심경을 토로했다. 이는 과학기술 중흥을 위한 ‘큰 그림’을 완성코자 황새걸음을 옮기려는데 탄핵정국, 관계 부처간 업무조율지연 등 딴죽이 걸리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오 장관의 발언은 지난달 4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과기장관회의 출국에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처음 나왔고 30일에 있었던 과학의 달(4월) 행사계획 설명회에서 되풀이됐다.
그는 또 지난달 4일 “과기부에 오니 다른 부처에 있을 때보다 잘 모셔야 할(?) 단체장과 유명 학자가 많아 장관이 시간을 따로 내야만 하더라”며 “한 달 쯤 후에나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한 달여 만인 30일 “장관을 만나자는 사람이 다른 부처에 있을 때보다 훨씬 많다. (농담처럼 웃으며)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특별히 하는 얘기가 없더라”로 바뀌었다.
우주인 양성 프로젝트도 오 장관에게 부담을 주는 대표적인 애로사항이다. 최초의 한국인 우주인이 갖는 상징성 및 파급효과가 커 과학기술계와 일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확정된 게 없기 때문이다.
오 장관은 “우주인 계획과 관련한 확정된 정부 프로젝트가 없으며 언제 어떻게 진행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조심스런 접근을 시사했다. 그는 10년여 전부터 우주인 프로젝트에 남다른 애정을 표시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러시아 등과의 거래관계를 고려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기부 장관이 기술부총리로 격상될 예정이다. 그만큼 장관의 할 일이 많고, 만날 사람도 많아진 게 당연하다. 특히 모든 게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기에 온갖 단체와 기관, 학자들의 정책건의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에겐 정부의 올바른 정책수립과 집행과정을 감시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백화쟁발(百花爭發)’식 정책건의는 좀 곤란하지 않을까. <경제과학부=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