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폰의 무료음악 재생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음원권리자 단체 등 업계의 이해당사자들이 진행해온 협상이 지난 주말 일단락됐다. 그러나 사안의 민감성과 파급효과 때문에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까지 중재에 나선 이번 협상의 결과는 신통치 않다. LG텔레콤의 막판 거부로 반쪽 성과만 거뒀기 때문이다.
이런 미완의 결과가 도출된 데에는 정부의 조급함이 한 몫 했다. 빠른 합의안 도출을 위해 다소 무리하게 회의를 진행하면서 의견수렴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것이 당사자들의 뒤늦은 반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협상에 임하는 당사자들의 태도다.
협상은 왜 하는가. 이견이 있는 부분을 조정하고 서로 윈윈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확실한 협상목표를 수립하고 문구 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 최대한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야 하지만 이번 협상과정에서 보인 몇몇 기업의 태도는 이번 협상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었던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달 18일 정부가 주재하는 최종 실무회의가 끝난 후에 하루가 멀다고 쏟아져 나온 반대 의견들은 사실상 실무자 회의에서 충분히 거론됐을 핵심 내용이었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다가 뒤늦게 ‘우리는 애초부터 이런 입장이었다’며 딴죽을 거는 행동은 이해할 수 없다.
지난 주말 정부가 ‘최종 합의’를 공식 발표한 후에 LG텔레콤이 ‘그동안의 협상은 소비자의 입장이 반영돼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부의사를 밝힌 것은 결정타였다. 실무자 선에서의 동의가 회사 정책에 반영되기에는 역부족이었는지, 아니면 애초부터 정부가 마련한 협상 테이블 자체를 무시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달 동안 수차례 강도 높은 회의를 한 끝에 나온 결과가 ‘원점’일 수밖에 없다면 협상을 왜 시작했는지 의문이다.
조만간 소비자단체가 추가로 참여하는 새로운 협의체가 구성돼 본격적인 세부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소비자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부디 앞으로의 회의 과정에서는 명쾌한 협상의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
<디지털문화부=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