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 환경의 침체속에서 정보기술(IT) 투자가 상당히 위축된 상황이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기업 생존을 위해서 적절한 규모의 IT 투자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관점에서 IT 솔루션의 총소유비용(TCO)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단순 구매 비용뿐만 아니라 구매 이후의 유지·운용에 투여되는 비용까지 포함하여 TCO를 계산하고, 이를 기반으로 최저의 TCO를 가지는 솔루션에 투자 우선 순위를 두는 것이다. 이것은 투자 효율성의 관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러한 면을 투자 결정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정작 투자 이후에 투자분만큼 실질적으로 활용하여 효율을 올리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구매와 유지·관리 관점에서 최저비용을 가지는 제품을 구매했다고 해서 해당 제품을 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구매한 솔루션이나 자원들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첫번째 단계는 해당 솔루션들의 기능에 대해 빠짐없이 파악하는 일이어야 하며, 이를 위한 첫번째 단계는 매뉴얼을 숙독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물론 대부분의 회사들이 해당 솔루션을 이해하기 위해 공급사로부터 제품 발표회와 담당자 제품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만을 통해서 제품이 가진 기능에 대해 100%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모든 직원들이 다 제품 매뉴얼을 통독하면 더욱 좋겠지만, 정말 시간이 없다면 최소한 회사 내의 몇몇은 반드시 그 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구매한 제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제품 기능에 대한 명확한 이해에 뒤이어, 두번째는 이런 자원들의 효율적인 활용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분석, 점검하는 부서나 인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러한 부분을 소홀히 취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수억 수십억원을 들여 투입한 솔루션을 제대로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이 작업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제품 담당자를 제품 교육에 보내는 것으로 구매 제품 관련 관리업무를 다 수행했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제품 담당자가 실제로 제품이 가지고 있는 기능을 대부분 이해하고 이를 업무에 최적으로 활용하고 있는가가 업무적으로 반드시 점검돼야 한다.
최근 기업 아키텍처(Enterprise Architecture)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것은 기업이 가진 다양한 IT 자원의 구조를 기업 관점에서 전체적으로 분석 및 파악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사적 IT 관리 모델 및 시스템을 말한다. EA를 설계함에 있어 앞서 언급한 내용이 반영돼야 한다. 해당 기업이 전략적으로 구매한 솔루션이 포함하는 기능이 세부적으로 모델링 되어지고 실제 업무에서 해당 기능이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는가의 여부도 EA 내에 포함되고 관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통하면 전사적인 IT 자원의 효율적 관리 업무를 맡은 담당자와 실제 솔루션 담당자 사이의 업무 협조를 통해서 구매 솔루션의 최적 활용 방안이 담보될 수 있을 것이다.
전세계적인 글로벌화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진 요즘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비용절감 노력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또한 경쟁력 향상을 위한 일정 부분의 IT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적절한 가격을 통한 구매와 이의 최대 활용이 향후 기업 발전의 중요 요소라고 볼 수 있겠다. 이를 위해서는 이미 구매된 솔루션을 최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강구하는 것을 IT 자원 관리의 최우선 작업으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
IMF 시대에 한동안 ‘아나바다’ 라는 운동이 벌어졌었다. 이런 개념이 IT 분야에도 꽤 많이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이미 그리드 라는 개념이 나와서 현실화되고 있고, EA가 이런 활동들을 상당 부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권기식 한국오라클 본부장 kisik.kwon@orac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