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투데이]해외 CEO들 실리콘밸리行 러시

벤처자본 풍부…최고 환경·대우 제공

IT기업들의 실리콘밸리 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

 소프트웨어(SW)회사 ‘마이SQL’의 CEO인 마텐 미코스는 핀란드 헬싱키 ‘마이SQL’에서 시작했으나 6개월 전 멘로 파크로 이주했다. 그는 그 뒤 실리콘밸리 사무실에서 근무할 6명의 인재 중 우선 마케팅 부사장, 최고판매책임자, 제휴 책임자를 고용했다. 미코스 CEO는 “이곳은 여론 주도자들이 가장 많이 집중된 곳”이라며 “실리콘밸리는 분명히 SW업체가 있어야 할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CEO 해외 외주는 근로자 해외 외주와 경제적으로 같은 논리를 따르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저임금을 제공하는 반면 실리콘밸리는 최고의 경영 능력과 기술을 가진 자들에게 최고의 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강력한 흡인력=세련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유능한 중역들의 보수는 실리콘밸리의 경우 IT 호황기에 비해 현재 하락한 상태다. 유능한 중역들의 보수가 저렴해졌다는 점 외에도 풍부한 벤처 자본이 고위직 유입을 자극하고 있다. 벤처 자본 중심지로서의 실리콘밸리 위상은 현재 어느 때보다 높은 편이다.

 이런 이유로 외국 기업들은 제품 개발과 판매 관리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들의 제품 생산을 원격 관리할 수 있는 조그만 사무실을 실리콘밸리에 열기 시작했다.

 CEO를 실리콘밸리로 보내는 관행은 영토가 작아 국내 시장에서 크게 얻을 것이 없는 이스라엘 IT업체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레이록에 투자한 이스라엘 태생 벤처투자가 모쉬 모는 자신의 시간 대부분을 이스라엘과 미국을 오가며 그레이록 같은 기업들의 설립을 지원하는 데 쓰고 있다. 그는 이스라엘에서 지난 3년 동안 3개 회사 CEO들과 중역 팀을 뽑았다.

 ◇비지니스 관문=이제는 이러한 ‘이스라엘 모델’이 다른 나라로 확산되고 있다. 전화 등으로 문서를 무선 인쇄하는 칩세트를 개발한 택에이식은 원래 프랑스에서 설립됐으나 CEO로는 실리콘밸리의 한 반도체 업체에서 세계 영업을 관리한 경력이 있는 더그 굿이어를 CEO로 채용했다. 굿이어 CEO는 “프랑스 직원이 일본으로 즉시 날라가 영어로 사업을 하기란 쉽지 않다”며 “실리콘밸리야말로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는 최고의 관문”이라고 호평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한걸음 더 나아가 자국 기업들의 실리콘밸리 진입을 지원하고 본국에서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실리콘밸리 교두보’라는 프로그램을 실시했으며 그 사무실을 레드우드 시티에 열었다. 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은 기업 중 하나인 라이트 헤미스피어는 ‘반지의 제왕’과 같은 영화에 나오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마무리 손질하는 제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제품은 뉴질랜드에서 고작 1000달러에 그것도 5만명 크기의 시장을 대상으로 판매됐다. 라이트 헤미스피어는 시선을 실리콘밸리로 돌려 브로드웨이에서 연극 경험을 갖고 있는 사업가 마이클 린치를 새 CEO로 채용했다. 린치 CEO는 이 회사 기술을 15만달러짜리 제품으로 가치를 높여 뉴질랜드보다 더 큰 미국 시장에 판매했다. 그는 록히드 마틴, 보 같은 기업들과 계약을 맺었으며 판매 책임자, 최고 재무책임자, 사업개발 부사장 등 6명도 채용했다. 이 회사의 본사도 베이 지역으로 이전했다.

 린치 CEO는 왜 실리콘 밸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기술을 개발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세계에서 너댓 군데 밖에 없는데 그 중에서도 이 곳에 그런 인재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다”고 말했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