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중앙은행이자 금융의 중추인 한국은행의 전산망 중단사고는 5시간 여 만에 전산망이 재가동되면서 수습국면에 들어갔다고 한다. 다른 금융기관과의 연결이 중단돼 몇 시간 동안 혼란이 뒤따랐지만 금융대란으로 연결되지 않고 다시 가동되어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일반 전산망 사고와는 그 성격이 다르고 이로 인한 피해도 엄청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은행과 각종 금융기관은 모든 전산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사전 점검과 후속 보완책을 마련해 두 번 다시 이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의 이번 전산사고는 조사결과 단말기 관리프로그램과 중계 서버 운영 소프트웨어 간 충돌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한국은행은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산 시스템을 모두 점검하고 오는 10월 목표로 추진중인 전산 시스템의 전면적인 재구축 과정에서 시스템 안정성을 완벽하게 갖출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산망 중단사태로 은행·증권·투신. 보험 등 131개 각 금융기관들은 직접 결제대금 등 금융관련 기록을 손으로 작성해 팩시밀리로 송·수신하고 일일이 수치와 인감을 확인하는 등 불편과 혼란을 겪었다. 정보화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IT강국이라며 세계에 자랑했던 한국의 이미지와 배치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연휴를 앞두고 업무가 마감되는 시간에 사고가 발생해 그나마 피해와 혼란을 줄일 수 있었던 점은 불행 중 다행이다.
문제는 완벽한 재발 방지책 마련이다. 정보화 시대의 전산재난은 예고가 없다. 언제 어떤 형태로 사고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 사전에 철저한 시스템 안전 점검을 하고 여기서 나타난 문제점을 즉시 보완하는 일이 최선이다.
따라서 한국은행과 모든 금융기관은 안정적인 금융거래를 위해 모든 전산시스템에 대한 안정성 점검을 하고 미비점은 즉시 보완해야 한다. 한국은행 금융전산망의 거래규모가 하루 평균 4500여 건, 약 100조 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가정이긴 하지만 이번 전산망 사고가 평일 그것도 거래가 많은 시간에 발생했더라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자칫 금융대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번 사고가 개인고객의 금융거래 중단과는 무관하지만 중앙은행의 전산망 장애는 단순히 한국은행의 전산망에 국한된 사고가 아니라 한국 금융권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중대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각 금융기관들이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차세대 정보시스템, 재해복구(DR) 센터를 포함한 비즈니스 상시운용체계(BC), 바젤Ⅱ 대응 시스템 등 도입으로 금융 서비스의 안정성을 높이고 있는 와중에 중앙은행의 전산망이 간단한 소프트웨어 충돌로 마비됐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철저한 원인분석을 하고 재발 방지에 적극 나서야 한다. 만약 시설과 SW교체 등 투자를 확대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투자순위를 앞당겨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인터넷 대란. 통신구 화재 등 IT분야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재발방지를 촉구했지만 시일이 지나면 흐지부지 되는 일이 적지 않았다. 더욱이 최근 인터넷 인구의 급증에 따라 홈뱅킹이나 사이버거래 등이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전산망의 안전성 확보는 시급한 일이다. 한국은행의 이번 전산망 중단사고를 계기로 이런 유형의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금융권은 전산시스템 안정책을 마련해 줄 것을 거듭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