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선거때면 불거지는 게 문맹률이다. 민주주의가 보편화되면서 선거와 투표는 불문율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문맹은 민주주의의 금과 옥조랄 수 있는 투표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신성한 국민의 권리가 제대로 행사되지 못하거나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맹자들은 자칫 후보를 잘못 선택할 수도 있다. 또한 무효표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어느쪽이든 민주주의의 본뜻과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문맹으로 인한 문제는 크고 작을 뿐이지 세계 어느 국가에서나 고민거리다.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번 미국 대선때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의 당락을 좌우하는 중요한 지역에서 대거 무효표가 나왔다. 민주주의의 모범생을 자처하는 미국이 재검표까지 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기도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엘 고어 후보가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나서 일단락됐다. 엘 고어의 행동으로 민주주의 수호국다운 체면을 살렸지만 구겨진 자존심을 어쩔 수 없었다.
한국은 문맹률이 낮기로 세계에서 으뜸간다. 지독한 교육열 덕분이랄 수 있다. 문맹율 때문에 투표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별로 없다. 문맹율보다는 지역주의가 항상 문제였다.
그런데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4·15총선을 두고 넷맹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인터넷에 어두운 시골 사람들이 누구를 선택해야 할 지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법 개정으로 이번 선거부턴 소위 미디어선거가 시도되고 있다.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을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 들었다. 유권자들은 이제 각종 미디어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후보자들을 알아내야 한다.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기 보다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선거 풍토가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후보자를 가장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매체는 인터넷이다. 한데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는 형편이거나 활용하지 못한다면 이도 문제다. 선거법 개정취지는 인터넷 강국다운 자세가 아닐 수 없다. 글자도 몰라 골치를 앓고 있는 국가들로선 첨단 인터넷을 투표에 활용하겠다는 발상조차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문맹못지 않게 넷맹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터넷 강국답게 넷맹을 말끔히 씻을 수 있는 길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
<유성호 디지털산업부장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