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초입, 한국은 문득 ‘청년실업 대란’이라는 꾀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업률 7%에 청년 실업자 40만명 이라는 보도는 신문 지상이나 TV뉴스의 단골 기사거리다. 청년 실업자의 상당 부분이 일용직, 임시직을 제외한 숫자임을 제시하며 실업의 심각성을 크게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구직 포기자, 그로 인한 상급 학교 진학자. 일용직, 임시직을 모두 실업으로 본다면 피부에 와닿는 실업률은 30%가 넘어설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 정도라면 이미 사회의 존립을 심각하게 위협하기에 충분한 수치다.
아이러니한 것은 눈을 돌려 인터넷 취업 사이트를 뒤져보면 일자리는 말 그대로 넘쳐나고 있고, 사람을 구하는 중소 기업의 목소리는 이미 구인(求人)을 넘어 구도(求道)에 가까운 절실함을 띠고 있다.기술 인력을 충원하지 못해서 초기의 독창적인 기술을 상용화 하지 못해 결국 회사문을 닫게 될 지경에 이른 중소기업 사장의 하소연은 TV가 만든 감상주의가 아닌 엄연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직장을 구하는 젊은이들도,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의 부서도 20세기 말부터 21세기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문명의 전환에 대해 이해하고 있지 못한데서 기인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자끄 아탈리는 그의 저서 ‘21세기 사전’에서 21세기를 지배하는 키워드로 ‘도시 유목민’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것은 과거 유목문명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직업, 주거환경, 가정이 자주 바뀌는 불안정함이 지배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21세기가 이러한 ‘도시 유목민’의 사회가 된 것은 전세계를 단일 정보문화권으로 통합해 버린 인터넷과 IT기술의 놀라운 발달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 새로운 문명은 과거 징기즈칸의 기마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지금 전세계로 확산되며 마치 유목문명과 정주민의 문명이 충돌하듯 세계의 문명 구조를 재편성 하고 있다.
솔직하게 현실을 직시해 보자. 취업자들이 꿈꾸는 고소득이며, 편안하고, 안정되기까지 한 직장은 과연 있는가? 안정된 직장을 원하는 이면에는 대학입시에서처럼 한번의 통과의례를 통해 평생의 무사안일한 삶을 보장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는 것이 아닌지 냉정하게 스스로를 돌아볼 일이다.
이제 구직자들은 그 어떤 직장도 ‘안정된 직장’이 아님을 확실하게 인식해야 한다. ‘안정된 직장’은 지금 놀라운 속도로 사라져 가는 철밥그릇의 추억과 함께 20세기의 유물이 될 것이다.이제 자신의 안정된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늘 깨어서 두리번거리며 변화하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날카로운 유목민의 시선과 개개인이 보유한 실력 뿐이다. 취업 대기자들의 학력은 높아지고 있으며, 직장에 대한 눈높이도 높아진다. 중소기업은 사람이 없어 말도 기술도 서투른 외국인을 쓰고 있고, 벤처기업은 개발인력을 구하지 못해 쩔쩔 매는데도 대기업에는 지원자들이 홍수처럼 밀려드는 것이 오늘날 청년 실업의 모습이다.
정부의 정책도 책정된 예산을 일당으로 나누어 몇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창출할 계획이라는 식이 되어서는 안된다. 실효성도 의심스러운 이런저런 공공 근로나 사업을 벌리는 것은 미봉책일 뿐 결코 대책이라 부를만한 것이 못된다. 결국 실업 문제의 해결은 민간 부문의 일자리 확대라는 정석적인 해법 이외에는 없다. 기존 대기업의 고용 창출이 갑자기 확대될 수 없는 바에는 우리 경제의 4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 벤처기업 중점 육성 대책이야말로 가장 정확한 청년실업대책이다. 또한 대학도 졸업예정자들을 적극적으로 인턴으로 내보내고 또 기업체 인턴 사원 경력을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등 보다 합리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의 마인드가 안정된 직장 추구의 환상에서 깨어나고 정부도 본질적인 실업대책은 벤처기업의 적극적인 창업 지원과 육성이라는 점을 깨달을 때 우리 사회의 청년 실업은 그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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