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중·일 3국의 정보통신 관련 주무국장들이 중국 베이징에 모여 공동으로 리눅스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발표, 3국 업계와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행사에 참석했던 사람이라면 과연 한국이 중국, 일본과 나란히 어깨를 견주면서 공동사업을 추진해 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행사의 겉모습은 오픈소스 SW개발을 위한 3국간 공동 협력이지만 내부적으로 각국의 실리와 주도권을 계산하는 것은 여느 국제회의와 다름없었다. 이번 국장급 회의도 중국의 기세에 눌려 한국과 일본은 들러리만 선 것 아니냐는 불만도 여지없이 흘러 나온다.
회의 전날 이미 3국의 실무진이 밤을 새우며 마련한 양해각서 안은 중국 주무국장에 의해 줄줄이 수정됐다. 이 같은 중국의 행동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리눅스 육성의지와 함께 한국과 일본에 비해 이미 우세한 리눅스산업기반을 토대로 이번 3국간 공동프로젝트도 중국이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동북아 허브로의 도약을 위해 우리나라가 제안했던 3국간 공개SW 사업계획이 우리의 뜻대로만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결국 이번 회의는 이 같은 중국의 독주에 제동을 걸 만한 무기나 여력이 우리에게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에 큰 의미를 찾을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매년 수백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며 경쟁적으로 리눅스 육성에 나서는 중국과 일본. 이에 반해 공개SW에 대한 시장상황은 물론 리눅스에 대한 인식이 극히 열악한데다 정부의 지원 또한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과연 우리가 3국의 공개SW 산업발전을 위해 제시할 카드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회의에서 공동포럼조직과 워킹그룹 결성과 같은 구체적인 얘기가 없어 앞으로 한국이 내밀 히든카드를 마련할 시간을 번 것 같아 다행”이라는 한 한국 대표단의 자조섞인 이야기가 우리의 공개SW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베이징(중국)=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