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메인프레임

대형컴퓨터 시대의 개막을 알린 미국 IBM의 ‘시스템 360’이 세상에 선을 보인지 벌써 40년이 흘렀다. 메인프레임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가며 전 세계 IT시장에서 IBM을 공룡(?)에 비유할 정도로 공포감을 불러일으킨 핵심적인 시스템이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PC를 IBM PC 호환기종이라 부르는 것처럼 IBM 메인프레임과 데이터를 호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생산하는 컴퓨터 전문업체(BUNCH)까지 등장할 정도다. IBM 메인프레임의 위력이다.

 메인프레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크기도 건물 공조실 하나를 모두 차지할 정도로 어머어마한 규모다. 모델명은 바뀌고 크기 또한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들었지만 메인프레임은 아직도 전 세계 주요 기관 및 기업의 중추시스템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40년이 지났지만 그만큼 메인프레임은 아직도 안정성 면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세월이 흘러 한 때 전 세계 IT시장을 호령했던 메인프레임의 위력은 많이 약화됐다. IBM은 메인프레임이 건재하다고 누누히 강조하고 있지만 개방형 시스템이라는 모토를 내건 유닉스에 영역을 잠식당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메인프레임의 입지는 더욱 초라해 보인다. 일반기업은 물론 메인프레임의 마지막 보루로만 여겨졌던 금융기관에서도 하나 둘씩 전체 정보화시스템을 유닉스기반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IT시장은 전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가장 급속히 메인프레임이 유닉스로 전환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실제 유닉스시스템을 공급하는 대형업체들도 이같은 급속한 이전은 이해하지 못할 정도라고 실토하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면 자리를 내주는 것은 기계나 기업이나 마찬가지인 것처럼 보인다. 메인프레임이 유닉스에 자리를 내준 것처럼 이제 한국 IT시장에서도 IBM의 성공시대가 종언을 구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한국 진출 30여년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 IBM이 과거 메인프레임 시대의 공룡처럼 우뚝 설 지 주목된다.

 <양승욱 컴퓨터산업부장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