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업계가 ‘특허 획득’에 사활을 걸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휴대폰업계는 음성통화의 2세대(2G)까지 대부분의 핵심부품을 해외에서 의존하며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해 ‘속빈강정’이라는 비아냥까지 받아왔으나, 데이터 통신의 3G로 접어들어 휴대폰 시장에서 메이드인코리아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특허 획득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휴대폰업체들이 세계적인 업체로 도약하기 위해서 원천기술은 물론 응용 특허 확보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휴대폰 컨버전스(융합)의 급진전으로 PC, 가전 등 여타 정보기기에 사용되는 기술들이 휴대폰에 접목돼 업계가 지불해야 할 특허료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앞으로는 특허 경쟁에서 밀리면 로열티 때문에 수익을 맞출 수 없어 시장에서 곧바로 퇴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특허 전쟁 시작됐다=이기태 삼성전자 사장은 “휴대폰업계의 특허전쟁이 시작됐다”며 “연구개발(R&D)에 투자를 게을리하면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세계적인 휴대폰업체인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각각 유럽형 이동전화(GSM)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에 대한 원천기술을 가지고 1· 2세대 휴대폰 시장을 점령했다. 퀄컴과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는 베이스밴드칩 분야의 로열티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3세대 들어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데이터 통신과의 결합으로 휴대폰의 기능이 복잡해지면서 기존 강호들을 위협할 새로운 기업들이 등장했다. PC 진영의 ‘윈텔(마이크로소프트+인텔)’이 대표적이다. 일본 업체들은 LCD, 카메라모듈, 음원칩 등 강력한 부품 산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휴대폰업체는 로열티를 지불해야 할 기업 수와 규모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실제 3G 들어 휴대폰과 관련 로열티를 물거나 부품을 수입해 쓰는 품목은 베이스밴드칩을 비롯해 카메라폰 모듈, 무선인터넷 브라우저, 멀티미디어 메시징서비스(MMS), 읍원칩, MPEG4 등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모토로라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기술 개발을 게을리해 노키아에 세계 1위를 넘겨줬던 것처럼 극단적으로 노키아도 이제 특허 문제로 위기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차세대 특허에 총력=2세대까지 막대한 특허료를 물어왔던 국내 업체들도 특허 전쟁에 합류했다. 오는 2010년 세계 1위 휴대폰 메이커로 도약을 선언한 삼성전자가 가장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98년 이후 휴대폰과 관련해 국내에서 1만2000건, 해외에서 2만5000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4세대와 휴대인터넷 분야의 표준화를 주도하기 위해 R&D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삼성 기술 100여건이 3·4세대 표준으로 채택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이와 관련, 3000여건의 특허를 27개국에 출원중이다.
LG전자는 동영상 관련 기술인 MPEG4와 사용자인터페이스(UI)의 특허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3G이동통신분야의 표준화 기술에 관련된 3GPP·3GPP2 기술분야에서 다수의 특허를 출원해 그 중 일부가 특허로 등록됐다”며 “단말기의 고급화에 따른 신기술 부문과 멀티미디어 기술을 중심으로 특허를 출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지금까지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1800건, 1만2000건의 휴대폰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2000년 들어 특허 확보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팬택계열도 국내외에서 4000 건 정도의 특허를 출원중이다. 팬택계열 관계자는 “구체적인 특원출원 목표를 세워 놓고 연구원들을 독려하고 있다”며 “최근 연구인력이 크게 보강되면서 특허 출원 건 수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중소업체들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RTI) 등으로부터 특허 기술을 매입하는 등 나름대로 특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텔슨전자 관계자는 “로열티를 한 푼이라도 깎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특허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준부터 확보해야=하지만 국내 업체들의 특허에 대한 질적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국내 특허 대부분이 원천기술보다는 응용기술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응용기술도 궁극적으로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료를 내야 한다. 결국 기술 표준을 확보하지 않는 한 기술 경쟁에서 늘 한발 뒤쳐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4G와 휴대인터넷 표준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삼성전자가 위안거리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휴대폰이 제품력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원천기술은 아직도 취약하다”는 반응이다. 앞으로 휴대폰업계의 판도는 누가 표준 기술을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1·2세대 핵심부품 해외 의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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