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르고 있는 닷비즈(.biz)·닷인포(.info)·닷네임(.name) 등 신규 도메인 출시가 오히려 기업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도메인 인지도가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스쿼팅 방지를 위한 매입·관리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불필요한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닷컴(.com)·닷오르그(.org)등 기존 5개 도메인외의 신규 도메인 출시는 국제도메인관리기구인 ICANN이 벌여온 핵심 사업으로 미국등 인터넷 선진국의 기업들이 이른바 ‘좋은 도메인’을 선점해버리는데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 추진돼 왔다.
신규도메인은 지난 2001년 부터 닷비즈·닷인포· 닷네임 등을 필두로 등장했고 올해도 특정 분야를 의미하는 닷트레블(.travel), 닷텔(.tel), 닷아시아(.asia), 닷잡스(.jobs) 등이 ICANN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ICANN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신규 국제도메인을 출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후발주자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신규도메인 출시 취지가 무색할 만큼 기업들로부터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도메인사업자(레지스트리)인 미국 베리사인이 지난해 집계한 도메인 등록 통계를 보면 닷컴은 전년 대비 10%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하며, 전체 도메인 등록수 6000만개 중 약 44%를 차지했다. 반면 신규도메인은 전체 등록수 중 불과 4% 남짓이었다.
또 닷넷(.net) 도메인 등록수 중 88%는 기존 닷컴 도메인과 동일한 이름으로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기존 닷컴 도메인 소유 기업이 동일한 이름의 닷넷도메인을 선점당하지 않기 위해 방어용으로 등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사례는 닷비즈 등 다른 신규 도메인에도 널리 분포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기업들은 자사 명의 신규 도메인에 대해 실제 사용계획은 없지만 다른 곳에 선점당하지 않기 위해 등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선점됐을 경우에는 상표권 소송 등을 통해 되찾아오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국내 한 인터넷 포털업체의 경우 국제 도메인 및 각 국가 도메인 등을 포함해 약 600개의 도메인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돠 현대그룹 등 대기업은 수천개의 도메인을 보유하며 유지비용으로만 연간 수천만원을 지불하고 있다.
한 중견제조업체 인터넷 관리는 “신규 도메인이 출시될 때 마다 수 십개씩을 등록하고 있다”며 “스쿼터에게 회사 명의의 도메인을 뺏기면 기업 이미지에 적지 않은 손상을 입을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등록한다”고 실토했다.
기업들이 신규도메인 등록을 기피하고 있는 이유로는 도메인의 낮은 인지도가 한못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호스팅서비스를 겸하는 한 도메인등록업체 관계자는 “1만여 웹호스팅 고객의 홈페이지 가운데 신규도메인을 사영하는 비율은 1∼2% 내외”라며 “인지도가 낮은 도메인을 사용하면 기업의 신뢰도가 떨어져 보인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신규도메인의 인지도를 높이는 홍보활동과 함께 악의적인 도메인 스쿼터들을 제제할 수 있는 법률적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