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가다가는 공멸합니다. 이제는 상생을 모색해야죠.”
어떤 업종이나 마찬가지지만 과열경쟁이 좋은 결과를 낳는 경우는 드물다. 적당한 경쟁은 시장 활성화와 대고객 서비스 업그레이드에 기폭제가 된다. 그러나 과열경쟁은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흔히 한 업종이 좀 된다 싶으면 너도나도 앞다퉈 뛰어들어 과열경쟁으로 치닫고 결국 몇 개 업체가 부도나고 나서야 진정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카드밴 업계의 최근 상황도 이와 마찬가지다.
카드밴 시장은 지난 몇 년간 카드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호황을 누렸고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형 가맹점을 확보하기 위한 리베이트 경쟁을 본격화하는가 하면 가맹점에 공짜로 단말기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카드시장의 호황은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고 카드밴 업체들은 지금 호황 때의 무분별한 경쟁으로 인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이에 따라 위기감을 느낀 카드밴 업체들이 최근 상생을 모색하고 있다. 리베이트와 단말기 무상공급을 자제키로 하는 등 공정경쟁을 결의하고 있는 것이다. 또 내년부터 시작되는 현금영수증제도에도 공동보조를 맞추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이러한 약속도 위반시 제재가 가해질 수 있는 강제적인 것이 아니기에 한 업체의 약속파기로 인해 와해될 수도 있다. 때문에 서로 신뢰하고 어떤 경우에도 약속을 지키겠다는 업체 경영진의 굳은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와 업계의 노력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카드밴 인프라는 어느 선진국보다 더 나은 것으로 평가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신용카드를 도입하기 시작한 중국에서도 한국의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잘하면 거대 중국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회는 현재 구축된 인프라를 사장시키지 않고자 하는 카드밴 업체의 의지에 달려있다. 같이 죽을 것인가 아니면 같이 살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서 있는 카드밴 업계에 기대를 걸어본다.<경제과학부=권상희 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