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e베이의 앞으로 10년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업체 e베이 멕 휘트먼 사장이 3박4일 일정으로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매년 한 두 차례 있는 방한이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주요 부처 장관과 만나고 공무원 대상의 특강을 실시하는 등 가장 바쁜 일정을 보냈다. 멕 휘트먼 사장에 따르면 e베이가 28개국에 진출해있지만 정부 관료를 대상으로 주제 강연을 하기는 한국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방문기간 중에 열린 기자간담회 역시 2001년 옥션을 인수한 이후 3년만에 처음으로 국내외 언론과 만나는 자리였다. 취재진만도 100여명이 몰려 e베이와 멕 휘트먼의 위상을 짐작케 했다. 멕 휘트먼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각종 자료를 근거로 지난 10년동안의 ‘성공담’을 자랑스럽게 펼쳐 놓았다.

 이 자리에서 멕 휘트먼은 e베이를 통한 거래 규모가 99년 28억달러에서 지난해 10배에 가까운 239억달러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100억달러 거래 규모에 도달하기 위해 월마트가 25년, MS와 시스코가 각각 16년씩 소요된 데 비해 e베이는 불과 7년만에 이를 돌파했다고 위상을 치켜 세웠다. 옥션도 e베이의 모든 글로벌 사이트 중 3위의 거래 규모를 자랑하는 등 옥션과 e베이 합병은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사실 멕 휘트먼이 귀중한 시간을 쪼개 이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e베이가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 가장 성공한 온라인 기업이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작 이날 기대했던 것은 과거 e베이와 옥션의 무용담이 아니라 앞으로의 비전과 미래였다. 멕 휘트먼 사장은 단지 ‘전자상거래가 미래 유통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상식 수준의 말로 이를 대신했다.

 과연 그럴까. 전자상거래가 성장 산업인 것은 분명하지만 과거 만큼 성장 속도가 빠를 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경매 모델이 경쟁력이 있다지만 경쟁업체가 생겨나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는 등 비즈니스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당연히 e베이와 옥션의 미래와 청사진에 대해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알맹이 없는 발표 이후 쏟아지는 질문은 이미 예견되었다.

 관계장관과 미팅 시간을 핑계로 수많은 질문을 뒤로 한 채 황급히 떠나는 모습에서 한 때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e베이 성공 신화’를 위해 불철주야 뛰었던 열렬 여성 CEO의 정열은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었다.

 <디지털산업부 =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