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의 지적재산권 전략이 공세적으로 바뀌고 있다.
후지쯔가 최근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기술에 관한 특허 침해를 이유로 한국 삼성SDI를 제소했으며 일본 전자업체 4사(히타치제작소,도시바,일본빅터,소니)는 지난해 미국의 IBM과 함께 DVD 리코더 특허 관리조직인 ‘6C’를 설립했다.샤프,히타치,세이코엡슨 등은 지난 해부터 특허 관련 부서 직원을 50∼100%씩 증원,한국 및 대만업체들을 대상으로 특허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이 밖에 다른 일본 기업들도 특허 기술 방어 차원에서 법적 장치를 마련중이어서 향후 디지털 기술 등 최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일본 기업들에 의한 국제적 분쟁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 기업들의 지적재산권 강화 이유는?=일본 기업들이 지적재산권 전략을 강화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한국 및 대만 등 아시아 기업의 급속한 기술 혁신 때문이다.대표적인 사례로 일본 기업들은 삼성그룹을 지목하고 있다.삼성전자는 지난 83년에 D램 사업에 진출,불과 10년여 만에 세계 1위 자리에 등극했다.이어 95년에 진출한 고정밀 TFT-LCD 분야에서는 이보다 빠른 6∼7년 만에 세계 톱 자리에 올랐다.이번에 후지쯔가 제소한 삼성SDI도 지난 2001년 세계 점유율이 1%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20%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동안 일본 기업들은 아시아 기업들의 특허 침해와 관련해 ‘대상이 비첨단분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경우 대화로 해결한다’는 자세를 견지해왔다.그러나 최근들어 최첨단 분야,특히 기업의 흥망을 좌우할 수 있는 성장 분야에서 기술 경쟁이 격화하고 있기 때문에 비록 돈과 시간이 들더라도 철저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마쓰시타전기산업은 ‘향후 지적재산권 침해 행위를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는 기본 방침을 정했다.이 회사는 이를 위해 최근 법적 대응기구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80∼90년대를 잊지 말자’=일본 기업들 사이에 IBM,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 미국 기업들이 컴퓨터의 기본 운용 체계(OS) 및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 기업들을 표적으로 특허 분쟁을 일으켰던 80∼90년대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당시 미국 기업들의 공격에 일본 기업들은 효과적으로 반격하지 못했다.한 대형 전자업체 지적재산권 담당 임원은 “당시에는 이를 되받아칠만한 일본 특허가 적었기 때문”이라고 회고한다.
그러나 최근 일본 기업들은 특정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본 특허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일본 기업들은 특허 분쟁의 대응 방법으로 △대화로 라이선스료를 정한다 △상호 특허를 교환하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다 △소송으로 철저히 대응한다 △소송에서 상대방을 흔들면서 화해시 유리한 입장에 선다는 총 4가지 전략를 제시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세계 IT시장에서 기술력으로 경쟁에서 이길 수 밖에 없는 시대가 왔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이 때문에 디지털 왕국 일본의 특허 공세에 한국·대만 등 신흥 디지털 강국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