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금융` 대중화시대 성큼

올들어 새 휴대폰 모바일 뱅킹 서비스 `봇물`

휴대폰에 손톱만한 크기의 칩카드를 내장한 모바일뱅킹 서비스가 최근 인기몰이를 하면서 이른바 ‘금융·통신 융합(일명 컨버전스)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지난 2001년 SK텔레콤·KTF가 신용카드를 휴대폰 내장형 칩에 접목한 모바일결제 서비스를 선보이며 세계 첫 금융·통신 컨버전스 사례로 주목을 끌었지만, 갑작스런 신용카드 대란과 낮은 사용자 인식도 탓에 지금까지는 보급률·이용율이 극히 저조했었다.

 하지만 올 들어 번호이동성 대전과 맞물려 보편적인 대국민 서비스망인 은행 영업점이 이동전화 고객 유치 채널로 급부상하면서, 지난달부터 줄줄이 선보인 모바일뱅킹 서비스가 마침내 미래 금융·통신 융합환경의 전기를 마련했다. 특히 이동전화 3사가 최근 지불결제 인프라 호환에 합의해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어 금융·통신 융합은 곧 보편적인 생활 환경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순조로운 출발=SK텔레콤(대표 김신배)은 지난달 초 ‘M뱅크’ 서비스를 출시한 후 우리·신한·하나·조흥은행 등 4개 시중은행에서 총 4만3000명, 지금까지 5만명 이상의 고객을 유치했다. 특히 칩카드 발급업무가 안정화되고, M뱅크용 단말기가 7종으로 늘어난 지난달 말부터 하루 평균 가입자 수가 5000명에 달한다. 이달에 적어도 10만명 이상이 가입할 것이라는 기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올해 예상 가입자 수는 100만명 이상이 될 것”이라며 “모바일뱅킹 단말기 구입 고객 중 70% 이상이 M뱅크 서비스에 가입한다”고 말했다. 이달엔 광주·전북·경남·제주 등 4개 지방은행이 가세한다. 적외선(IR) 방식으로 가맹점 신용카드 거래가 가능한 모네타 단말기는 현재 110만대, 칩카드는 20만개 가량 보급됐다. 이 규모라면 올해 SK텔레콤 가입자 가운데 200만명 가량은 모바일(휴대폰) 금융거래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같은 날 ‘K뱅크’ 서비스를 선보인 KTF(대표 남중수)도 지난달 6만명을 유치한 데 이어, 이달에는 10만명 이상의 가입을 예상했다. KTF 관계자는 “K뱅크 단말기가 5종으로 늘어나고 영업점 판매직원들의 활발한 마케팅으로 이달에 하루 평균 판매물량이 전월에 비해 배나 늘어났다”며 “국민·한미·부산 등 3개 은행을 통해 올해에만 60만∼7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뱅크 서비스의 모브랜드이자 각종 제휴카드·쿠폰·상품권 통합 서비스인 ‘K머스’ 이용고객도 150만명에 육박한다.

 지난해 9월 가장 먼저 칩카드 기반의 모바일뱅킹 서비스 뱅크온을 선보인 LG텔레콤은 현 가입고객이 46만여명에 달한다. 기업·제일·외환 등 3개 은행을 통해 지난달에는 7만5000명이 신규 가입했으며,이달 말 대구은행으로 확대되면 증가세는 더욱 클 것으로 기대했다. LG텔레콤 관계자는 “송금이체 수수료도 기존 인터넷뱅킹·텔레뱅킹보다 저렴할 뿐더러 은행 영업망이라는 안정적인 고객유치 채널이 자리잡히면서 가입이 꾸준하다”고 말했다.

 ◇어떤 서비스가 인기=예전 무선인터넷(WAP) 기반의 모바일뱅킹 서비스나 모네타·K머스 등 신용카드 서비스가 보급에 애를 먹었던 것과 달리, 모바일뱅킹 서비스는 출시 초기부터 실이용율이 높다는 게 두드러진다. 실제로 KTF는 지난 한달간 자사 K뱅크 가입자 가운데 교통카드나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한번이라도 쓴 비율이 50%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미 휴대폰을 플라스틱 교통카드 대신 쓰거나, 인터넷·전화 대신 은행거래 용도로 활용하는 가입자가 많다는 뜻이다. 적외선(IR) 수신기를 통해 휴대폰으로 자동화기기(CD/ATM)에 현금을 인출한 비중도 전 가입자의 20% 선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망=칩카드 내장형 단말기 소지 고객들이 차츰 늘어나면 교통카드·은행거래를 중심으로 금융·통신 융합서비스가 빨리 정상궤도에 접어들 전망이다. 예상되는 단적인 변화는 휴대폰이 각종 금융거래 서비스를 걷어가는 이른바 ‘컨버전스 현상’이다. 휴대의 편리함 덕분에 신용카드 가맹점이나 교통카드 같은 오프라인 금융거래 채널은 물론, 인터넷 전자상거래(EC)도 휴대폰에 담아낸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통신 컨버전스는 그 산업 자체도 크지만 휴대폰을 신규 부가가치 상품의 유통 채널로 활용할 수 있어 이동전화사가 관심을 쏟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새로운 해외 시장 진출 분야로 떠올랐다.

 SK텔레콤은 중국 현지 금융기관들이 추진중인 신용카드 가맹점 구형 단말기 교체 움직임에 자사의 모네타 시스템을 수출하는 방안을 놓고 차이나유니콤과 협의중이다. 국내 모바일뱅킹 서비스가 대중화에 성공하면 칩카드와 동글(수신기), 관련 시스템 등을 일괄 수출하는 길을 뚫을 수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