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활 걸린 `휴대폰특허`총력전

국내 휴대폰업체들이 요즘 특허 획득에 사활을 걸 정도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기술전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국내 휴대폰 산업이 세계 시장의 26%를 점유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원천기술 도입으로 인해 매출액의 5% 이상을 로열티로 지불하고 있는 데다 핵심부품마저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해 ‘속빈강정’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해왔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국내 휴대폰업체들이 특허 확보에 신경을 쓰는 분야는 특정 핵심기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품, 응용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것도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모두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로열티를 한푼이라도 깎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특허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각오이고 보면 특허 확보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휴대폰업체들이 이처럼 특허 획득에 적극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원천기술은 물론 응용기술 확보를 통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앞으로 특허가 없으면 경쟁력이 떨어져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위기감은 최근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퀄컴사와의 로열티 협상에서 우리 업체들이 퀄컴에 끌려다니면서 더욱 고조되고 있는 듯하다.

 뿐만 아니라, 기술 융합의 급진전으로 휴대폰에도 각종 IT기술이 접목되면서 보유 기술 없이는 특허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지불해야 할 로열티도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판단하는 것도 주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국내 휴대폰업체들이 MPEG4 특허료 소송에 휘말려 있지만 경쟁기업의 특허권 행사에 대응할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특허라는 말이 있듯이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걱정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물론 협상에 따라 특허료가 달라지겠지만 일부 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업체들은 고스란히 거액의 특허료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이유로 로열티가 늘어나면 업체들은 원가부담이 가중될 것이고 이로 인한 채산성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수익을 맞출 수 없는 만큼 시장 개척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게 돼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도 당연하다.

 물론 국내 휴대폰업체들이 보유한 휴대폰 관련 특허가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업체들이 해외에 특허 등록한 휴대폰 기술만 해도 3만여건에 이른다. 하지만 원천기술보다는 대부분 응용기술이어서 궁극적으로 원천기술에 특허료를 내야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이번 휴대폰업체들의 특허 획득 움직임에 기대를 거는 것도 여기에 있다.

 국내 휴대폰업체들은 이 분야 세계 1위를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선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한 원천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다. 신기술 개발도 좋지만 개발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외국업체와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요즘 세계 각국 기업들이 글로벌 표준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거에 경쟁관계였던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게 엄연한 국제현실이다. 특히 국제표준화의 성공은 사실상 로열티를 의미한다. 정부는 국제표준화를 위한 전문인력 양성과 함께 국제표준에 부합하도록 국내 각종 규정과 룰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 특허보유가 곧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일임을 인식해 외국의 특허정보를 수집해 수시로 국내 업체에 제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