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케이블TV의 국가기술표준인 오픈케이블 방식의 핵심인 케이블카드(POD : Point of Deployment) 강제 적용을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POD 적용 유예가 결정될 경우 정작 정부의 정책에 따라 자금을 투자해 사업을 추진중인 사업자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디지털미디어센터(DMC) 사업자인 BSI(대표 김종욱)는 정부의 POD 강제적용 정책에 따라 디지털 케이블TV 사업을 추진했다며,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POD 적용을 계속 강제해야 한다는 건의문을 방송위원회에 제출했다고 12일 밝혔다.
BSI는 정부가 고시한 국가기술표준에 따라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 지난해 10월부터 총 215억원을 투자, 장비 계약을 마치고 지난 3월부터 시범서비스를 실시중이다. BSI는 정부가 POD 적용 유예를 결정한다면 시스템 개발 및 관련 투자비 2115억원과 추산이 불가능한 영업손실 및 계약 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POD 유예를 요구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과 정부의 정책에 따라 POD를 적용한 기 투자 사업자간의 상반된 주장이 방송위의 입장과 정보통신부의 최종 결정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POD란=POD는 각종 가입자 정보를 담은 수신제한세스템(CAS)을 내장한 케이블카드로 셋톱박스와 분리장착되는 것이 큰 특징이다. 사업자(SO)는 케이블카드를 소유해 가입자에게 제공하고, 가입자는 자신에게 맞는 셋톱박스를 자유롭게 구매해 자신의 지역 사업자에게 POD만 제공받으면 디지털 케이블TV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POD는 미국방식의 디지털 케이블TV 기술표준인 오픈케이블 방식의 핵심으로 셋톱박스 산업을 활성화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나라가 POD 적용을 먼저 실시함으로써 오는 2006년 7월까지 POD 유예를 결정한 미국에 POD와 호환이 가능한 셋톱박스를 비롯한 각종 장비 및 시스템의 수출이 기대된다.
◇3년간 끌어온 POD ‘논란’=정보통신부는 지난 2002년 2월 POD 강제적용을 내용으로한 오픈케이블 방식을 국내 디지털 케이블TV 국가기술표준으로 채택했다. 당시 BSI는 오픈케이블 상용 장비 미개발과 POD 도입에 따른 비용상승 등을 이유로 기술표준 폐지 및 적용연기를 정통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대다수 SO와 DMC사업자인 KDMC,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등은 POD 적용 유예에 대해 BSI에 적극적으로 동조하지 않았다.
정통부는 오픈케이블 장비의 개발이 미흡한 현실을 감안해 지난해까지 POD 적용을 유예하기로 같은해 3월 결정한 바 있다. 케이블TV 업계는 올해들어 디지털 전환에 착수했지만 실상 POD가 미국의 SCM사가 독점적으로 국내에 공급하고 있어 가격협상이 어렵고 기술적인 안정성도 보장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POD 유예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반면, BSI는 정통부가 POD를 유예를 결정한 지난해 3월이후에도 9월까지 오픈케이블 폐지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당시 정통부는 올해부터 예외없이 오픈케이블을 적용한다는 방침을 확고히 했고 BSI 역시 디지털 케이블TV 시설투자가 시급한 입장이어서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총 215억원을 투자해 정통부의 방침대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왔다.
◇‘정책 일관성’ 목소리 높아=올해부터 POD 적용을 규정한 오픈케이블 방식의 기술표준이 강제화됐다. 그러나 POD 강제적용 유예를 주장하는 SO의 목소리가 카지고 방송위가 지난 3월중순 정통부와의 협의에서 POD 강제적용을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상황이 급반전되기 시작했다. 정통부 역시 방송위의 의견을 포함해 학계·업계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이를 검토한다고 밝혀 POD 강제적용을 유예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정책의 일관성을 요구하는 업계의 반발이 여전히 거세다.
현재 대다수 복수SO(MSO)들이 올해 한반기부터 디지털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어서 정통부가 이른 시일내에 양자간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정통부는 POD 강제적용 지속 방침을 결정하거나 유예를 결정하던간에 어느 한 쪽의 피해나 불만을 살 수밖에 없게 됐다.
BSI 한 관계자는 “정통부가 또다시 POD 적용을 유예한다면 정부의 정책을 따른 선의의 업체가 큰 피해를 입게된다”며, “정부의 정책 일관성과 위상도 크게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