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세계 반도체 장비업계의 최대 격전지는 일본이다.’
일본 열도가 반도체 설비 투자 붐으로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그 수혜를 겨냥해 관련 장비업체들이 앞다퉈 수주 대열에 참여,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몇 년전 ‘패배자’로 낙인찍히는 수모까지 겪었던 일본 반도체업계는 최근 디지털가전의 급상승과 반도체 업황의 호전에 힘입어 활력을 되찾으며 설비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들의 투자는 단순히 생산 능력만을 증대시키는 것이 아니라 300mm의 대구경 웨이퍼와 65nm의 미세 가공 기술 등 첨단 시스템을 도입해 재기하겠다는 중장기적 목표하에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일본의 대대적인 반도체 투자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됐다. 12월 마쓰시타전기산업이 12억 달러의 300mm 웨이퍼 공장 신설 계획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도시바의 오이타 300mm 공장 신설 계획,후지쯔의 15억 달러 300mm 웨이퍼 공장 건설, NEC일렉트로닉스의 300mm 공장 건설 계획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이 줄을 잇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것만으로도 2004 회계연도(2004년 4월∼2005년 3월) 일본 반도체 투자는 전년대비 25%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직마케팅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이같은 일본의 반도체 투자는 세계 전체 투자의 25%로 전통적으로 1위를 차지해온 미국의 23%를 앞서고 있다. 일본의 투자 확대에 힘입어 올 한해 세계 반도체 투자는 전년비 41%나 늘어난 4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반도체 투자로 일단 어드밴티스트, 캐논, 니콘, 도쿄일렉트론 등 일본의 장비업체들이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같은 낙관적인 전망은 일본 반도체 장비 B/B율에도 잘 나타나고 있다. 2월 B/B율은 1.15로 1.38인 지난달에 비해 다소 떨어졌지만 전년 동기 대비 73.6%나 증가한 것이다. 일본 장비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도체 장비의 핵심인 리소그라피의 경우 캐논과 니콘이 일본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캐논은 NEC야마가타에 들어갈 물량의 절반 이상을 확보했으며 도시바의 플래시메모리 관련 장비도 수주했다. 엘피다와 마쓰시타, 후지쯔 등의 수주전도 유리하게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니콘도 도시바 오이타 공장에 들어갈 물량을 확보했다.이 밖에 도쿄일렉트론과 다이닛폰인쇄가 NEC와 후지쯔 등을 상대로 상담을 유리하게 전개하는 등 수주전에서 일본 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비일본계 업체중에선 어플라이드머티리얼과 램 리서치 등이 선전하고 있다.
올 최대 반도체 장비 수요처인 일본에서의 수주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액정 분야 장비 공급권과 관련해선 올해 90% 물량이 일본 업체에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는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이 어느 정도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