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4사 마케팅 인물 4색

이시대 영업 거인들

 조진호 상무-휴대폰 마케팅만 15년, 애니콜 신화 주역

 박종술 상무-R&D 출신, LG 휴대폰 구원투수

 박창진 상무-전통 영업맨, 2위 도약 선봉

 조주연 이사-디자인 전공, 명가재건

 

국내 휴대폰 시장은 총성없는 전쟁터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주도의 시장에 팬택&큐리텔이 새로운 경쟁자로 가세한데다 모토로라도 명가 재건에 나서면서 각축전이 한창이다. 1%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전사 내지 그룹 차원의 지원도 이뤄진다. 사운을 건 한 판 승부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각 사를 대표해 일선에서 야전 사령관으로 전투를 진두지휘하는 마케팅·영업 담당 임원들은 그래서 고달프고 힘들지만 보람도 크다.

 국내 부동의 1위 애니콜의 산증인 삼성전자 조진호 상무(45). 그는 지난 90대 초 삼성 휴대폰 국판에 몸담아 애니콜이 모토로라를 앞지르고 휴대폰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기까지 혁혁한 공을 세웠다. 조 상무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탁월한 마케팅 능력으로 국내 휴대폰 마케팅의 교과서와도 같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휴대폰 국판 관계자들 사이에서 ‘그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그는 일주일 2∼3번 구미공장을 찾아 신제품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마케팅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또 일주일 3∼4번은 고객사인 서비스 업체들과 미팅을 갖는다. 대리점도 둘러봐야 한다. 그는 “젊음을 애니콜과 함께 했다”며 “최고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잘 알리려는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10년 넘게 애니콜 마케팅만 담당했다는 게 그의 가장 큰 강점이다.

 LG전자는 R&D 출신의 박종술 상무(51)가 구원투수로 나왔다. LG전자는 지난해 신제품 출시 지연 등으로 국내 시장에서 고전했다. 박 상무의 임무는 LG전자의 내수 시장점유율을 35%까지 끌어올리는 것.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이 직접 발탁한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기대를 모으는 인물이다.

 LG전자의 1분기 국내 시장점유율은 25%. 아직 목표치와는 10%포인트 가량 차이가 있다. 지난 78년 입사 후 R&D에서만 뼈가 굵은 그가 생소한 마케팅 분야에서 자기 색깔을 낼 수 있을 지 관심거리다. R&D와 마케팅을 얼마나 절묘하게 조화시키느냐가 관건이다.

 팬택&큐리텔 박창진 상무(45)는 지난해 두자릿수 시장점유율을 달성하며 큐리텔 브랜드를 안정적인 3강으로 만들면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02년 LG전자에서 팬택&큐리텔로 둥지를 옮긴 그는 이제 얄궂게도 LG전자 타도의 선봉에 서게 됐다. 전통 영업맨인 팬택&큐리텔의 박 상무와 R&D 출신의 LG전자 박 상무는 원하든, 그렇지 않든 자존심을 건 한 판 대결을 벌이게 됐다.

 모토로라코리아 조주연 이사(35)는 홍일점이다. 마케팅과 영업은 남자들만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모토로라코리아 내에서도 유일한 여성 임원이기도 하다. 지난해 모토로라코리아 마케팅담당 이사로 승진한 그는 회사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광고에 유명인사를 등장시키지 않는다는 본사의 방침을 깨고 국내 유명 영화배우를 기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시장점유율도 상승중이다. 미대 출신인 그가 모토로라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