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은 창의성에 따라 수익이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투자 위험성이 높아 민간이 자발적으로 대규모로 투자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문화관광부가 올해 업무 기본방향을 창의성 제고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촉진에 맞춘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특히 갈수록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완성보증보험제도’를 도입하고 문화산업에 대한 정부출자비율을 35%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은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끊임없이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게임등급 분류제도를 ‘자율등급제’로 단계적으로 개선하기로 한 것도 창의성 제고와 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우리 문화산업은 매년 20% 안팎의 가파른 성장을 거듭해 작년에 시장 규모가 31조원로 세계 10위권에 진입할 정도로 막강한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문화콘텐츠진흥원이 한·중·일 문화콘텐츠 경쟁력 비교연구 결과를 보면, 80점 만점에 일본이 68점, 한국이 57점, 중국이 36점으로 나타난 것도 이를 증명해준다.
하지만 우리 문화산업의 현실을 냉정히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문화관련 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해 개발 투자에 대해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각종 관련법과 제도적 장치마저 걸림돌로 작용해 창작 의욕에 찬물을 끼얹는 일도 많다. 바로 게임등급 분류제도가 대표적인 예이다.
현행 게임등급 분류제도는 심의기준 마련은 물론 심의까지 맡아 ‘양날의 칼’을 쥔 영등위의 사전 심사와 정보통신위원회의 사후 관리로 이원화돼 있어 업계로부터 ‘이중잣대’가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영등위에서 통과된 게임이 사후에 정보통신윤리위의 제재를 받는 등 심사의 기준이 들쑥날쑥해 업계의 개발 의욕을 꺾는 것은 물론 피해를 주기도 했다.
게임물에 등급을 부여함으로써 청소년들의 유해 환경 접근을 막는 것은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심사잣대가 다르고 이중 심사로 인해 게임업체들이 피해를 본다면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런 점에서 문화부가 게임물 자율등급제 도입 의사를 밝힌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의미 있다고 본다. 이는 게임물 심의의 전문성을 높이고 심의절차에 다양한 계층을 참여시킴으로써 투명성을 높이고 예측 가능한 등급분류시스템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그동안 심의 주도권을 둘러싼 영등위와 문화부, 정통부, 산자부의 불필요한 신경전으로 인한 역기능을 없애기 위한 부처간 조율 등 사전 정지 작업도 병행한다고 하니 심사와 관련한 잡음의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문화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게임물 자율등급제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예상치 못한 돌출변수들을 사전에 막을 정교하고 치밀한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업체들의 로비에 의한 심사위원들의 정실 등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완벽한 제도라고 할지라도 틈이 있게 마련이다. 또한 그것을 운용하는 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여러 가지의 문제점을 야기할 수도 있다. 시행착오는 가급적 줄이는 게 좋다. 그것은 잘못된 제도와 운용 자세가 산업 발전에 얼마나 커다란 걸림돌이 되었던가 하는 과거 사례를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