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루머에 열병앓는 통신시장

통신 업계가 시장재편설로 열병을 앓는다. 그렇지 않아도 이런저런 인수합병 루머가 떠돌던 판에 한 애널리스트가 사업자명까지 적시한 시나리오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그야말로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논란은 사업자간 견제와 갈등관계 탓에 진폭을 점점 키우고 있다.

그러나 각종 설과 관련, 인수한다는 쪽도 인수당한다는 쪽도 펄쩍 뛰면서 부인한다. 피인수설이 나돈 모 업체사장은 이같은 루머를 듣고 노발대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체는 전 임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툭하면 도는 설일뿐 아니라 악의적 의도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펄쩍 뛰었다.

 가입자를 유치해야 하는 통신사업자에게 ‘언젠가 팔릴 회사’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치명적이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인수한다는 쪽인 모 업체도 누군가가 사실무근의 루머를 흘리고 있다고 판단하고 진원지 색출에 나섰다고 한다. 심지어 SK텔레콤의 경우 14일 신세기 합병인가조건 위반여부를 심사할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한다. 시장 지배적 지위를 거듭 상기하도록 함으로써 정통부 정책에서 불이익을 당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걱정이다.

정부 규제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 통신시장은 다른 시장에 비해 외풍에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갖가지 ‘설’에 민감하고 또 이들 설이 파장을 키우는 전례가 여러차례 나타났다. 사업자간 마케팅 싸움이 아니라 정책제안 싸움이 벌어지는 진풍경도 이 때문인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통신사업자가 아니라 정책건의 사업자”라는 농담이 나올까.

통신산업은 우리나라를 IT강국으로 이끄는데 톡톡한 공을 세워왔다. IT산업 가치사슬의 최상단에 위치해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엔진인 IT산업의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맡아온 것. 또 지금은 휴대인터넷이나 3세대 이동통신과 같은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는 동시에 과거 과잉투자로 만들어진 거품을 현명하게 줄여야하는 구조조정기를 맞았다.정말 중요한 시기에 실체가 불분명한 설이 난무한다.

어둠 속에서 정체불명의 재편설을 놓고 소모적인 머리싸움을 하는 것보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시장의 연착륙과 재편방안에 의견을 모으는 건강한 토론이 아쉽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