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줄어드는 세계 일류 상품 품목수

우리 제품의 경쟁력에 계속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 세계 일류 상품 생산이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10년 동안 한국의 세계 일류 상품 품목수가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경쟁력 약화를 반증하는 심히 걱정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경쟁력이 뒷걸음치는 한국과는 달리 중국의 추격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고 한다. 일류 상품 개발과 육성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만약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한국 제품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국가경쟁력도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세계 일류 상품 변화추이와 경쟁력 제고방안”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일류 상품(세계시장 점유율 1위 기준) 품목수는 지난 94년 82개를 기록한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여 지난해는 53개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반면 세계의 거대시장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은 지난 94년 383개였던 일류 상품 품목수가 2001년 753개로 크게 늘어났다. 미국도 지난 94년 776개에서 2001년 954개로 상승세를 유지했다. 남들보다 앞서 일류 상품을 개발하고 상품화해야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법인데 우리는 오히려 줄고 있다니 국가경쟁력에 비상이 걸렸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는 주요 산업 기술력이 선진국의 60% 수준에 불과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우리가 주요 산업의 기술력 하락을 막고 잃었던 시장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그간의 상공사례에서 교훈을 얻는 게 현실적이 방안이다. 우리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D램 반도체와 TFT LCD 개발 성공사례는 기업이나 국가가 일류 상품 개발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보여주는 단적이 사례하고 할 수 있다. 이들 품목이 세계 일류의 자리에 오르게 된 공통점은 최고경영자의 확고한 개발의지와 집중적인 투자 그리고 특화전략 등이라고 하겠다. 이런 자세로 기업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땀흘린 결과가 세계 일류 상품의 자리에 오르게 된 요인이다. 특히 외국의 선진기술 도입과 함께 자체 원천기술 개발 노력, 그리고 전문인력 확보 등이야 말로 앞서서 잘 나가는 기업을 제치고 세계시장에서 일류 상품을 내놓게 된 성공비결이라고 하겠다. TFT LCD만 해도 미개척 분야로 당시 투자를 기피하던 이 분야에 대해 지속적인 투자와 제품의 차별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2001년 대만과 일본을 추월하고 세계 1위를 차지하지 못했을 것은 자명하다. 이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세계 일류 상품을 개발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일이다.

 세계시장이 열려있는 글로벌 시대에는 누가 일류 상품을 더 많이 개발하느냐가 기업 생존의 갈림길이며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 우리는 IT 강국답게 IT기술과 고급 기술인력 등 우리의 강점을 살려 세계 일류 상품 개발에 나서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은 유기적인 협조 아래 기술성과 시장성을 고려한 글로벌화 전략을 수립해 세계 일류 상품 품목수를 하나씩 늘려야 한다. 일류 상품을 많이 개발해야 일류 기업이 될 수 있고 국가경제도 성장할 수 있다. 지금은 세계시장에서 일류가 못되면 살아남기 힘들고 시대의 변화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 정부도 나름대로 차세대 일류 상품 개발과 육성에 노력하고 있지만 그 성과가 아직은 미흡한 게 사실이다. 정부와 기업은 세계 일류 상품을 개발하고 육성하는 데 역량을 더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