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전문 기자가 당사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이번 4·15 총선을 취재하면서 여의도의 주요 정당 당사를 방문할 때마다 자주 들었던 질문 중 하나다. 본지 기자가 선거나 정치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생소했던 것일까.
주요 정당들이 IT분야 육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고 인터넷이 주요한 선거 운동 수단으로 부각됐지만 여전히 정보통신과 정치의 연결 고리를 찾기란 쉽지 않은 모양이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선거법 개정으로 운동장 합동 연설회와 정치 자금 모금 행사 등이 e메일 홍보와 인터넷 정치 자금 공개 등으로 대체되면서 선거를 계기로 IT민주주의가 본격적으로 꽃필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사이버 민주주의를 향한 다양한 시도들은 공식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탄핵 이후 끊임없이 터져 나온 정치 이슈들에 파묻혀 시들해지고 말았다. 당초 당 홈페이지를 통해 추진하고자 했던 콘텐츠 보강이나 커뮤니티 강화 사업 등도 슬그머니 뒷전으로 밀려났다.
또 주요 정당은 경쟁적으로 이공계 활성화와 차세대 성장 동력 육성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차별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가뜩이나 정책이 실종된 이번 선거에서 IT 관련 공약들은 구색 맞추기 용으로 전락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IT가 오프라인 정치 운동의 제한된 테두리를 벗어나 새로운 직접 민주주의의 길을 터 주리라는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이번 선거를 지켜 본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단순히 불특정 다수에 대한 스팸성 e메일 발송이나 홈페이지를 통한 후보 홍보 등 초보적인 수준의 ‘활용’을 넘어 전자정당으로의 변신을 진지하게 모색할 때라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마인드를 갖추고 IT 및 과학기술 공약을 제시하고 이를 입법 활동으로 이어가야 함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다음 선거에서는 정치와 IT의 어두운 단면보다 IT를 매개로 한 전향적인 한국 정치 메가트렌드를 집중 조명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디지털문화부=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