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개발사들이 잇따라 대작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 컬러 휴대폰을 가지고도 수백가지의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에게 최근 출시된 ‘이카리아2’ ‘창세기외전’ ‘택티컬 퀘스트’ 등의 대작 모바일 게임들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이나 모바일 게임 시장의 미래를 바라보며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개발자들에게 이러한 대작 게임의 잇단 출시는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모바일 게임시장은 오락실에서 유행하던 추억의 게임과 카드, 보드게임 등을 양산하던 양적 성장 단계를 지나 경쟁심화와 함께 질적인 성장 단계에 이르렀다. 초기 지극히 단순했던 게임들은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발전된 그래픽의 단독형 게임으로 발전을 거듭해 무선 네트워크를 이용한 유무선 연동 게임, 온라인 대전형 게임들로 진화하면서 모바일 게임 수준 자체가 한 단계 높아졌다.
이렇듯 휴대폰은 하나의 게임 플랫폼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고, 모바일 게임 시장은 지난 2001년 이후 매년 거의 두 배씩의 고도 성장을 이뤄왔다. 그러나 국내 수많은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에게 앞으로의 전망이 그리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모바일 콘텐츠의 개발이 휴대폰 단말기의 하드웨어적인 발전 속도를 따라가 줄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하드웨어 발전속도는 놀라울 정도여서 1년 전과 현재 모델을 비교하면 거의 2배 이상 용량과 속도 등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LCD 해상도와 사운드 향상뿐만 아니라 그래픽 가속칩 등이 속속 탑재되고 있는 것이다. 또 노키아의 엔게이지를 비롯해 얼마전 삼성전자에서 시제품으로 선보인 게임 전용폰 등을 보아도 하드웨어적으로는 얼마든지 짧은 기간 내에 엄청난 성능 향상을 가져올 수 있음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게임 콘텐츠 개발은 단말기 개발과는 다소 다르다. 모바일 게임이 몇 년전에 비해 많이 발전하고 있다고 하지만 단말기 발전 속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디다. 게임 용량만 봐도 불과 얼마전까지 게임 하나 당 100KB 내외에서 최근 200KB 정도로 커졌을 뿐이다. 엔게이지나 게임 전용폰들의 하드웨어 수준에 맞추어 개발을 해야 한다면 게임 용량은 현재에 비해 최소 10배에서 100배 정도의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데 국내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에게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불가능 한 일이다.
게다가 대부분 개발사들은 규모도 작고 영세해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 또한 충분하지 않다. 이러한 국내 개발사들의 현실에 비해 일본의 경우, 전세계 게임 시장을 이끌고 있는 수십년 전통의 쟁쟁한 게임 개발사들이 즐비하며 휴대폰의 하드웨어적 발전에 따라 수십년 전에 개발해 두었던 8∼16비트 비디오 게임기 시절의 게임들을 거의 그대로 휴대폰에 옮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잇단 대작 모바일 게임 출시는 큰 의의를 지니고 있다. 일반 게임에 비해 게임당 용량이 400KB가 넘고 PC게임 못지 않은 탄탄한 스토리와 게임 진행으로 마니아 층을 형성해 가고 있으며 모바일 게임을 낮게 평가해온 일반 게이머들에게 휴대폰이 하나의 게임기로서 인식되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발전하는 단말기 속도에 맞춰 롤플레잉게임(RPG)류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대작 모바일 게임들이 출시된다면 우리나라 모바일 게임 시장의 미래는 한층 밝아질 것이다. 또 전세계 모바일게임 수준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성장하게 될 2∼3년 후 현재 모바일 강국으로서 우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 또한 전세계를 무대로 게임 강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길 기대해 본다.
이를 위해서 개발사 입장에서는 해외 유명 게임을 단순 포팅하기보다는 순수 창작 모바일 대작을 많이 개발해야 할 것이다. 또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과 이들에 대한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배인식 그래텍 사장 isbae@grete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