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전문업체인 대만의 TSMC가 단순히 고객 주문대로 반도체를 제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사를 위한 디자인서비스까지 함께 제공하는 새로운 플랫폼 전략을 마련했다고 C넷이 14일 보도했다.
이는 TSMC가 압도적인 생산물량과 가격경쟁력을 내세우던 기존 파운드리 전략에서 탈피,초기 제품설계 단계부터 고객사와 적극적인 협력체제를 갖춤으로써 적기에 신형 반도체 제품을 양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TSMC 젠다 후 마케팅담당 부사장은 이날 대만에서 열린 자사 기술 심포지엄에서 “이제 파운드리 사업은 단순히 팹을 짓고 웨이퍼를 찍어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고객을 위한 디자인 설계지원에 적극 나설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TSMC는 자사의 반도체 생산공정을 첨단 65∼130 나노급의 고급 플랫폼(ATP:Advanced Technology Platform)과 더 낮은 정밀도의 일반플랫폼(MTP:Mainstream Technology Platform)으로 이원화했다.
통상적인 기술을 적용한 일반 플랫폼과 각종 첨단기술이 적용된 고급 플랫폼은 각각 독자적인 디자인 설계팀을 갖고 직접 고객사와 협의해 제품설계에서 생산기술, 전용 SW툴 개발까지 유기적인 공동 작업을 추진하게 된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회사측은 지난 수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한 반도체 생산기술을 고객사들이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각종 설계실수와 납기지연 사태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젠다 후 부사장은 “새로운 기술 플랫폼의 도입으로 고객사들은 블루투스 모듈, 이미지센서 등 첨단기능을 내장한 주문형 반도체를 손쉽게 제조하게 됐다”고 말했다.또 TSMC가 앞선 설계기술을 바탕으로 중국 SMIC 등 후발업체를 따돌리는데도 주효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문가들은 TSMC의 이같은 차별화 전략이 여타 파운드리 업체들에도 금방 파급될 것이며 지난 20년간 파운드리업계를 이끌어온 사업모델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신호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EDA전문업체 시놉시스의 아트 데 게우스 CEO는 “이제 새로운 반도체를 제조하려면 주문자와 제조자, EDA툴 개발자가 처음부터 기술을 공유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면서 기업간 공동설계작업이 첨단 반도체분야에서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