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 종량제...논란 가열

네티즌-전문사업자-케이블TV-소비자단체

초고속인터넷 종량요금제 도입을 두고 사업자들과 가입자, 소비자단체 등 관련 주체들간에 논란이 벌어졌다. 아직 도입 시기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네티즌은 벌써부터 반대 의견을 각 사업자와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 홈페이지에 게진, 해명을 요구하고 나선 것. 상황이 이쯤되자 포털이나 P2P서비스업체들은 설문조사 등을 통해 반대의견에 암묵적 지지를 표명하고 있고 케이블TV인터넷업체들은 도입이 시기상조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단체와 경제전문가들은 정액요금제가 되려 사용량이 적은 소비자들에게 역차별이 된다고 지적했고 사업자들은 초고속인터넷이 기간통신 역무화돼 농어촌 지역까지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요금제를 현실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종량제 괴담’=네티즌 사이에서는 최근 KT 종량제 요금표라는 괴문서가 나돌고 있다. KT가 오는 6월부터 종량제를 도입하는데 그 내용은 속도·패킷·시간 등을 기준으로 기본료는 3만원∼25만원까지, 초과할 경우 패킷당 0.035원∼0.1원과 초당 1.6원∼5원의 추가요금을 부담해야한다는 것이 골자. 심지어 하루에 인터넷을 10시간 쓰는 사람이 기본료 3만원의 상품을 쓰면 한달 요금이 540만원까지 달할 수도 있다는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였다. 괴문서의 내용이 워낙 세부적이어서 네티즌은 분명 사업자들로부터 흘러나온 것이라고 판단, 온갖 웹사이트에 잇따라 게재하며 반대 여론 몰이에 나섰다. 한 네티즌은 정통부 홈페이지에서 “아니땐 굴뚝에 연기날리 없다”면서 “IT로 겨우 밥먹고 사는 나라가 그 싹을 송두리채 자르려는 망국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KT측은 “종량제를 검토한지 불과 한달 정도 밖에 안된데다 과금시스템, 인증시스템 등을 갖추려면 사실상 내년 하반기나 돼야하는데 벌써부터 요금표가 나올리 만무하다”면서 “검토중인 요금제도 엄청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극소수 P2P 사용자만을 겨냥한 부분종량제”라고 반박했다.

 ◇눈치보는 케이블TV업계=파장이 예상보다 커지자 케이블망(HFC)망을 통해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이블TV업체에서는 종량제 도입에 난색을 표명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15일 자료를 내고 “종량제는 일반 이용자에 대한 선택권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도입을 위해서는 네티즌들의 이용행태에 대한 사례분석이 우선돼야 한다”며 “가입자 요구가 정확히 파악되기 전까지는 타당성 검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라고 밝혔다.

 협회측은 KT와 하나로통신 등 xDSL망을 기반으로 하는 전문 초고속인터넷업체들의 경우 가입자당매출(ARPU)를 높이고 새 비즈니스 모델(BM)을 개발하기 위해 종량제 도입이 필요하겠지만 케이블TV업체의 경우 인터넷이 주력 사업이 아닌 부가서비스여서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접속방식에도 차이가 있어 KT·하나로의 교환접속 방식과 달리 케이블망은 랜(LAN)처럼 상시접속이 가능한 오픈 상태로 운용되기 때문에 굳이 종량제를 도입할 필요성도 적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케이블TV업체들의 이같은 주장은 방송과 인터넷을 묶어 가격경쟁력을 갖춘데다 종량제 도입에는 추가 투자가 많이 필요해 네티즌들의 반발까지 감수해가며 굳이 주장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는 게 경쟁사들의 분석이다.

 ◇가입자에게 혜택을 나눠줘라=초고속인터넷업체들은 사용량이 많은 상위 5% 가입자가 전체 트래픽의 42%를 점유하고 있고 상위 20%가 전체의 72%를 사용하는 현재의 구조적 모순점을 개선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또 부분정액제를 도입하면 나머지 80%의 가입자는 되려 사용료가 낮아지는데다 스팸이나 불건전 정보 등 불필요한 트래픽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다. 여기서 남는 투자나 설비의 여유분을 농어촌 인터넷 보급 등에 사용하겠다는 비전까지 제시, 정부 당국과 소비자단체 설득에 나섰다.

 소비자단체와 경제전문가들은 그동안 상·하향 속도가 기준치보다 떨어져도 정액제이기 때문에 가입자들이 감내했다면 종량제가 된다면 품질에 대한 기준 마련과 준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김용자 교수는 “사용량이나 시간에 상관없이 똑같은 금액을 내야하는 정액제야말로 비경제적이며 소비자 차별의 요소를 상당히 내포하고 있다”면서 “소비자 주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엄격하게 품질에 따라 소비자들이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