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콩고의 밀림에는 ‘보노보(Bonobo)’라는 유인원이 살고 있다. 1929년에야 비로소 새로운 종으로 인정받은 보노보는 학명이 ‘판 파니 스쿠스’로 침팬지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전혀 다른 제 4의 영장류다. 인간 이외의 영장류로는 유일하게 직립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보노보는 모계 사회를 이루며 살아간다. 그래서 인지 수컷이 무리를 지배하고 집단간 전쟁이 벌어지는 침팬지와 달리 보노보 사회는 평등하고 평화롭다.
보노보는 또 인간처럼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정상위로 섹스를 즐긴다. 다양한 짝짓기 행위를 통해 긴장을 해소하는 보노보의 성생활은 흥미롭기까지 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동성애도 마다하지 않고 무시로 성적인 접촉을 하는 보노보에 대해 ‘색골’이란 오명을 씌우기도 했다. 그러나 심리학자인 프란스 드 왈은 “인간사회에서 성은 지배를 위한 도구이지만 보노보 사이에서는 화해와 협력을 위한 도구”라며 다른 해석을 내렸다.
놀라운 것은 이들이 상징언어로 인간과 거의 막힘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모 위성채널에서는 보노보를 밀착 취재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이 방송에서는 1000개 이상의 영어단어를 이해하는 보노보인 19세의 ‘칸지’와 컴퓨터가 제시한 언어구조를 통해 컴퓨터 게임의 원칙을 성공적으로 배우는 칸지의 여동생 ‘판바니샤’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상징언어로 인간과 대화하는 보노보를 보면서 문득 같은 인간끼리도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아 툭하면 욕설을 내뱉고 몸싸움도 서슴지 않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15 총선이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의 뜻이 다시 한번 정치권에 전달됐다고 본다. 상식을 가진 선량이라면 국민이 정치권에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충분히 이해했으리라 믿고 싶다.
내달이면 ‘부정부패’ ‘차떼기’ ‘방탄국회’ ‘3.12 쿠데타’ 등 온갖 불명예로 얼룩진 16대 국회가 문을 닫고 17대 국회가 새로 출범한다. 앞으로 4년간 국민을 대신해 대의정치를 펼칠 299명의 국회의원들이 다툼이 아닌 사랑을 하는 보노보에게서 갈등과 폭력으로 얼룩진 국회를 바꾸어나갈 지혜를 찾길 기대해 본다.
<디지털문화부=김종윤차장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