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업계 "KT 입찰 개선안 미흡"

최저가 입찰 틀에 평가기준만 강화

KT가 최저가입찰제의 부작용 해결을 위해 도입한 종합평가제에 대해 장비업체들이 ‘개선이 아닌 개악’이라며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격뿐만 아니라 기술과 품질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 KT 납품 업체간 과당경쟁, 덤핑 판매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파행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느 최저가 입찰방식의 원틀은 그대로 둔채 업체의 평가기준만 강화하여 업체 입장에선 더욱 부담스럽고 혼란스러운 상황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최근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을 비롯해 20여명의 산학연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IT 대정통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도 이같은 문제점들이 신랄하게 비판을 받았다.

 또 한국IT중소벤처기업연합회(PICCA) 등에서도 조만간 이같은 문제를 공론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PICCA는 최근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통신사업자 상대 중소 하도급업체의 애로사항’에 대한 실태조사를 마쳤다.

 최근에는 KT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는 장비업체들까지 KT가 국산 장비업체들을 모두 죽이고 있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장비업체들 사이에서 KT의 입찰에 대한 불만이 높기는 했지만 KT가 최대 고객인 업체들이 대놓고 KT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상황의 심각성을 말해 주고 있다.

 모 업체 사장은 “종합평가는 말 뿐이고 실제는 최저가 입찰이며 오히려 KT 실무자들의 권한 행사만 더욱 공고히 한 제도가 바로 KT의 종합평가제”라며 “KT영업을 안하면 안했지, 더 이상은 지금의 관행대로 납품할 수는 없다”며 하소연했다.

 실제 이 회사는 최근 자체 장비 생산을 중단한데 이어 KT납품 품목에 대한 사업중단까지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이 회사뿐만이 아니라, A·B·C 등 국내 대표적인 장비 업체들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KT가 장비업체의 수익을 보전해 줄 수 있는 획기적인 구매 방식으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국산 장비를 개발해 생산하는 기업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결국 KT도 다시 외산 업체들에 의해 휘둘리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KT측은 이에 대해 “최저가 입찰의 부작용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본다”며 “도입한지 얼마 안되는 종합평가제의 장점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달라”고 말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