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SW산업 지금이 기회다

소프트웨어(SW)산업의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되고, 또 역량을 결집해야 하는 부분은 어느 곳일까.

 각론에 앞서 시대의 트렌드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모든 물체들이 그렇듯 인간도 관성의 법칙이 몸에 밴 까닭에 새로운 변화에 대해서는 저항을 한다. 그러나 인류는 그 같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수용함으로써 비록 리스크는 많았지만 고수익 수혜를 수천년 동안 누려왔다. 세계를 제패한 민족들의 힘의 원천은 경제·과학 분야 등에 불어 닥친 변화의 바람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패러다임을 바꾸었던 데에 있다. 미국이 절대강자로 군림하는 것도 제조업에 IT· SW를 접목시키고 또 그것을 지재권, 특허 등 새 교역체제로 변화시키는 손바꿈을 했기에 가능했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전환점에 와 있다. 당장 새 질서로 손바꿈을 할 수 없다면, 감성적인 자주론만 앞세우기 보다 기존 체제를 수용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주역이 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계 SW시장 규모는 6700억달러로 메모리 산업보다 20배가 넘는 거대시장이다. 하지만 우리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고작 2%에 불과하다. 바꿔 말하자면 역량만 있으면 개척 소지가 무궁한 분야인 것이다. 기술 발전에 따른 결과이지만 SW의 조류가 공개 SW, 유비쿼터스 컴퓨팅 등으로 옮아가는 것은 시장 환경과 맞물린 이유도 있으므로, 기술 축적 여하에 따라 우리도 충분히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본다. SW는 기능적인 성숙으로 인해 새로운 버전을 내놓아도 이젠 잘 팔리지 않는다. 닳아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 어쩔 수 없이 사용료 방식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유비쿼터스 컴퓨팅, 유틸리티 컴퓨팅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공개 SW의 등장은 분업화의 진전에 따른 수평적 전문화로, 과거 각자가 CPU와 OS를 개발할 때 드는 엄청난 비용과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 것이 원인이다. 리눅스는 인텔의 플랫폼에 수용, 국제표준이 됨으로써 플랫폼 개발과 유지비용을 덜게 돼 애플리케이션 분야로 발전하였다. 더구나 유비쿼터스 환경에서는 수많은 CPU와 OS를 써야하므로 OS비용을 지금처럼 비싸게 지불하거나 한 두 기업에 종속되면 기술확장과 원천기술 확보가 불가능해진다. 게다가 OS 개발 기업들도 OS의 기능적 성숙으로 다른 기능을 추가하거나 혹은 애플리케이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가 그렇고 퀄컴의 브루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들로서도 피할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산업 전체로는 이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한데, 그 대응책 중의 하나가 바로 공개 SW인 것이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란 IT· SW가 접목되어 생활을 보다 편하고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기업시장의 포화로 인해 소비자를 겨냥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도 있다. 지난 수년간 기업용 IT 수요가 줄어들자 다국적 기업들은 목표시장을 중소기업, B2B, 전자정부로 전환함은 물론, 부득이하게 개인용 수요까지 확대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분야는 네트워크 고도화라는 사회적 투자와 인터넷의 수용이라는 문화적 기반이 전제돼야 하며, 둘 다 국가적 차원의 노력없이는 쉽게 달성하기 힘들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이런 진입장벽을 극복한 상황이므로 향후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장의 선두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고 또 국제표준을 주도할 수 있는 잠재력도 있다.

 바로 지금이 천재일우의 기회이다. 다시 만들려 해도 어려운 지금의 인프라에서 다음 세대의 삶의 질을 결정할 SW산업의 본격적인 육성을 등한시한다면 두고 두고 후회할 것이다. 사용자와 공급자, 신세대와 구세대,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학계와 정부 모두 성숙한 합의 자세로 슬기롭게 대처하며 힘을 합쳐 SW기술입국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기술이 세계인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SW주권국가 건설의 기초를 지금부터 맹렬히 다져야 할 것이다.

 <고현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 hjko@softwa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