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부를 시작으로 공공기관의 국산 오피스 도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식하던 오피스 시장에 국산 제품이 진입한다는 소식이 반가울 따름이다. 70년대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식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구태의연한 마케팅이 아니라 정당한 성능 평가 과정을 거친 결과이기에 더욱 가치가 빛난다.
세계적으로 자국의 소프트웨어가 오피스 시장에서 일정한 점유율을 확보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90년대 말까지 일본의 저스트소프트 등 몇몇 나라에 오피스 제품을 만드는 업체가 있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상공세에 자취를 감췄다.
결국 우리나라의 한글과컴퓨터가 세계 오피스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골리앗과 대결을 벌이는 유일한 소프트웨어 업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정부의 국산 오피스 도입 움직임은 오랜 부진을 딛고 새롭게 도약하는 한글과컴퓨터에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선물이다.
사실 최근 몇 년간 한글과컴퓨터는 많은 풍파를 겪었다. 한글과컴퓨터는 90년대만 해도 벤처의 상징이자 국산 소프트웨어의 자존심이었다. 누구나 아래아한글을 사용해 문서를 만들었고 많은 개발자가 제2의 한글과컴퓨터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IMF 외환 위기를 거치며 재정상태가 악화된 한글과컴퓨터는 급기야 마이크로소프트에 회사를 매각한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고 IT산업계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국민주 모금이라는 방식을 통해 회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로 진출한 닷컴사업이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다시 매각되는 악순환 끝에 현 경영체제가 들어서게 됐다.
되돌아보면 한글과컴퓨터는 그동안 너무나 아까운 시간과 비용을 소모했다. 만일 한글과컴퓨터가 5년만 일찍 제대로 방향을 잡았다면 이미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업체로 자리를 잡았을 수도 있었다. 지금 한글과컴퓨터에 가장 필요한 것은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부단히 반성과 성찰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한글과컴퓨터의 잃어버린 5년을 되찾는 유일한 방법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