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과 방송, 유선과 무선의 융합, 그리고 유비쿼터스 통신시장에 변화의 때가 왔습니다. 새 질서에 맞게 정책도 달라지리라 봅니다. 데이콤엔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입니다.”
정홍식 데이콤 사장(59)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지난해 10월 하나로통신 인수 무산 이후 6개월여만의, LG그룹 통신사업 총괄 부사장 역할을 내놓고 데이콤으로 넘어온 지 꼭 100일만의 기자간담회다.
정 사장은 공개 석상을 피한 이유를 묻자 “인사할 여건도 안됐고 내부 살림을 파악하느라”라고 답했다. 이젠 주총을 거쳐 정식 대표가 됐고 업무 파악도 끝내 대외 활동을 재개할 모양이다.
정 사장은 먼저 데이콤의 올해 사업 전망에 대해 1분기 첫 영업 목표를 달성해 비교적 낙관적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강남 사옥 매각 등의 자구책으로 부채 규모를 1조원 미만으로 줄이고 부채 비율도 100%대로 낮출 계획이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시내전화 사업 진출 등으로 1조696억원의 매출에 영업이익률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새 목표도 세웠다. 또 통신사업 재편 구상을 6월말까지 끝내겠다고 했다.
기자들이 연거푸 데이콤의 회생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자 정 사장은 “현 부실이 꼭 데이콤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며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데이콤 사장이 아니라 통신 전문가로서의 시각을 전제로 그는 “지난 5년간 유·무선 사업자의 매출과 수익구조 변화를 보면 빈익빈 부익부 형태의 유·무선간 불균형이 심화됐다”며 “여기에 정확한 문제의식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정통부 차관 출신으로 후배 관료들에게 무거운 짐을 줄 수 있어 가급적 말을 아끼는 표정이 뚜렷했다.
정 사장은 최근 잇따라 통신사업자 CEO들과 회동했다. 정 사장은 ‘인사차’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으나 통신시장, 특히 오늘의 통신산업 발전의 발판 구실을 해온 유선통신사업의 활로를 찾기 위한 협력 모색으로 풀이됐다. 정 사장은 “‘통신패밀리’로서 책임감을 갖고 대승적 협력 무드를 만들어 내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