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에 이어 정보통신업계에도 여성 바람이 불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6개월 전부터 뜸들여온 새로운 재경부문장(CFO)으로 현 볼보건설기계코리아 CFO인 제니스 리(43)를 영입했다. 통신사업자로선 첫 여성 CFO다. 유난히 여성 임원이 귀하다는 통신업계에,그것도 CFO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하나로는 제니스 리의 선임에 대해 “효율적인 재무관리를 통해 회사의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라는 점이 발탁 사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83년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이후 미국에 건너가 오하이오주립대, 클리블랜드주립대, 시카고 대학원 등에서 경영학·회계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대우중공업 미주본사 재무담당 컨트롤러 등으로 일해왔다. 지난 98년 볼보건설기계코리아가 국내지사를 설립하면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입사한 이래 현재 CFO를 맡고 있다.
윤창번 하나로통신 사장은 “무엇보다 경영자와 주주에 최고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크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제니스리 신임CFO는 볼보쪽의 일을 정리한 뒤 5월 10일경 하나로에 합류해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털-AIG와 하나로 경영진과의 교량역할, 프로젝트 론 추진 등의 중책을 맡게 된다. 그는 “선진 경영기법에 익숙해 하나로통신에 선진화된 재무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하나로통신이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SK텔레콤은 윤송이씨(28)를 최연소 상무로 전격 발탁해 눈길을 모았다. 전략본부 커뮤니케이션인텔리전스(CI)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게 된 윤 상무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미 MIT를 거치며 수석, 최연소를 거듭하면서 이미 스타급에 올라섰으나 28세의 대기업 여성 임원으로 거듭나면서 통신업계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최태원 회장이 SK텔레콤의 미래를 연구하는 별동대로 만든 와이더댄닷컴 이사로 몸담아 오다가 본체로 뛰어든 셈. 윤 상무는 휴대폰이 인공지능을 갖고 주인과 커뮤니케이션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 엔씨소프트 사외이사, 사이언스코리아운동연합 공동대표에도 선임돼 대외 활동의 폭도 넓다.
현 정부 들어 정통부 최대 프로젝트인 신성장동력 사업의 조율을 맡은 송정희 정통부 IT정책자문관도 정보통신업계의 주목받는 여성. 삼성종합기술원 선임연구원과 서강대 영상전문대학원 미디어공학과 조교수로 일하다 2001년 미디어 교육벤처 텔리젠 CEO를 맡으며 연구와 사업을 한 몸에 익혔다. 그녀는 첨단 신성장동력을 챙기며 진대제 장관을 보좌, 통신사업자·벤처사업자를 이끄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KT그룹에는 이영희 상무(47)가 중국 진출의 특명을 띠고 KT차이나 사장으로 1년 넘게 현지 시장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상무대우인 조화준 IR팀장(43)도 KT내 주목받는 여성.
KTF엔 93년부터 12년동안 KT그룹에 몸담아온 김민정 경쟁력 강화팀장(35·부장급)이 눈에 띈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통신업계는 서비스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규제 대상 사업인 점, 대규모 시설투자에 이은 장기 수익환원 구조 등의 산업특성 때문에 여성이 진출하기에 벽이 높은 편”이라며 “국회와 마찬가지로 여성 임원이 속속 탄생해 보수적인 통신업계에도 개혁 바람이 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