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과 무선 통신사업자간 차별적인 정부 규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KT·하나로통신·데이콤·온세통신 등 주요 유선 사업자들은 최근 잇따라 CEO 회동을 갖고 정부의 유·무선 차별 규제가 유선 시장의 침체를 더욱 가중시킨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제도 개선에 공동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특히 이들 CEO는 유·무선,방송·통신 융합서비스와 같은 신규서비스 사업권이 무선사업자 위주로 가선 시장 쏠림 현상이 가속화한다는 데 우려하면서 정부에 유선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를 요청키로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유선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정부가 오는 7월께 내놓을 휴대인터넷 사업자 선정 방안에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겠다는 ‘양수겸장’으로 풀이됐다.
정홍식 데이콤 사장은 이달초 황규병 온세통신 사장에 이어 지난 16일 이용경KT사장과 만나 유선 시장의 현안을 논의하고 유선사업의 활로를 찾기 위해 규제 완화에 공감하고 상호 협력키로 했다.
KT 고위 관계자는 “통신시장 지배력이 무선으로 옮겨갔는데도 규제는 유선시장에 집중돼 유무선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데 공감했다”라면서 “시장과 기술 흐름에 맞는 제도 개선을 정부측에 요청하는 한편 함께 시장의 크기(파이)를 키워나가도록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사는 이날 회동에 일반론만 오갔고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정시간을 훨씬 초과해 유무선 접속료 현실화나 휴대인터넷 사업권의 우선 배분,이동통신망의 음성과 데이터 분리,유무선 결합 서비스 활성화와 같은 현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정홍식 데이콤 사장은 다음주중 윤창번 하나로통신 사장과도 만나 협력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유선업계에 따르면 KT·하나로통신·데이콤 등 유선 10개 사업자의 지난해 매출이 16조800억원이나 SK텔레콤 등 이통3사의 매출이 16조8000억원으로 유선 시장을 앞질렀다. 수익성은 더 차이가 나 유선 10개사의 전체 영업이익이 1조4000억으로 홀로 3조800억원을 거둔 SK텔레콤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한 유선사업자 관계자는 “현 규제정책은 유선과 무선을 구분하는 데서 출발해 기술,시장 흐름은 물론 소비자 편익 증대에도 맞지 않는 게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유선업계 내부에 LM(유선->무선)시장 개방, 시내전화 번호이동성과 후발사업자 진입, 초고속인터넷 가격 경쟁 등 유선시장내 현안이 얽혀 공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KISDI의 관계자는 “유·무선 비대칭 규제를 완화하자는 목소리에 앞서 유선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사업자들간의 협력 모델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유·무선 결합서비스,통신·방송 융합 등 컨버전스 등의 분야에서 상호 역할 분담이 시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