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덩치싸움 시작됐다

3세대 기업모델 진화론 급부상

NHN와 CJ그룹 등이 최근 잇따라 ‘빅딜’을 성사시키면서 게임업계의 ‘3세대 기업모델’ 부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3세대 모델이란 소규모 기업이었던 게임개발사들이 대규모 자금력과 배급망을 앞세운 대기업형 퍼블리싱 업체로 변신한 것을 말한다. 1∼2개의 킬러 콘텐츠로 성장한 1세대 모델과 여기에 다시 캐릭터·애니메이션 등 부가가치가 극대화된 ‘원소스멀티유스’형으로 바뀌는 2세대와 확연히 다른 기업모델인 것이다.

 NHN과 CJ등 3세대 기업 모델의 출현은 특히 국내 게임업계가 지금까지 소규모 개발사들이 비이상적으로 상층부를 형성하는 역피라미드 구조를 탈피하지 못해왔다는 점에서 시장 개편의 신호탄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NHN은 최근 중국 게임포털에 1억달러를 투자하면서 글로벌 기업을 선언했고 CJ그룹은 게임포털 넷마블을 운영하는 플레너스 인수를 통해 몸집이 크게 확대된 ‘뉴 플레너스’를 탄생시켰다.

 업계 일각에서는 규모로 승부하는 이른바 ‘덩치 싸움’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며 판세 읽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정휘영 그라비티 사장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개발 모델에서 점차 퍼블리싱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CJ의 ‘뉴 플레너스’ 전략과 한·중·일 3국을 아우르는 국제 게임포털을 만들겠다는 NHN 전략은 대표적인 3세대 모델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박승준 게임아카데미 교수는 “게임업계의 3세대 기업모델은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 나타났다”며 “웨스트우드 등을 인수한 EA, ‘타임’을 합병한 워너브라더스 등 세계적인 퍼블리셔로 모습을 갖추고 있는 초대형 엔터테인먼트기업들의 성장사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1세대 모델은 단순하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로, 웹젠이 ‘뮤’로 코스닥 입성에 성공한 경우처럼 전형적인 킬러 콘텐츠 개발 모델이다. 역시 코스닥에 입성한 ‘창세기전’의 소프트맥스와 ‘미르의 전설’의 액토즈소프트도 마찬가지다.

 원소스멀티유스 기법으로 콘텐츠 가치를 극대화하는 모델이 좀 더 진화된 2세대다. 그라비티는 최근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와 각종 캐릭터 상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넥슨도 ‘비엔비’를 활용해 각종 완구 상품, 캐릭터 상품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손오공·KOG스튜디오·SBS 등과 대형 원소스멀티유스 프로젝트도 가동시켰다.

 3세대 모델은 기본적으로 게임이든, 영화든 하나의 상품을 구축된 조직망과 시스템을 통해 전세계 시장에 배급(퍼블리싱)하는 글로벌 기업 모델이다. 김범수 NHN 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 등 소프트웨어업체도 결국 글로벌 기업의 길을 걸었듯이 게임·인터넷업체도 장기적으로 세계 시장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게임업계의 반응은 한마디로 “‘판’이 갑자기 커져버렸다”는 것이다. 덩치싸움이 시작되면 제작규모·마케팅규모·시장규모에서 밀릴 수 있다는 불안감도 감지되고 있다. 서원일 넥슨 사장은 “NHN의 1억달러 투자는 업계도 깜짝 놀랄 만한 빅뉴스였다”고 평했다. 물론 자금만 투자한다고 3세대 기업모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박상열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이사는 “진화 모델이라도 타이밍 요소가 갖춰져야 상승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김남주 웹젠 사장은 “웹젠이 나스닥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것도 글로벌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지만,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